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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은 종종 ‘돈만 있으면 귀신에게도 맷돌을 돌리게 할 수 있다(有錢能使鬼推磨)’고 말한다. 돈은 귀신과도 통할 수 있다는 전가통신(錢可通神)이란 성어처럼 예나 지금이나 돈은 신(神) 대접을 받았다.
돈은 궁한 자도 통달하게 하고, 부자도 온화하게 만들고, 가난한 자도 용맹하게 만든다. 재물 없는 군주에겐 선비가 모이지 않고, 상을 내리지 않는 군주에겐 선비가 오지 않는다. 중국 진(晉)나라의 은자(隱者) 노포(魯褒)는 『전신론(錢神論)』에서 배금주의(拜金主義)를 비판했다. 옛 돈은 바깥은 둥글고 안은 네모난 동전이었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라는 생각을 본떴다. 노포는 돈을 네모난 구멍이 있다며 ‘공방(孔方)’이라 불렀다.
당(唐)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도 ‘마음이 우울해야 비로소 술의 귀함을 알고, 가난해져야 돈이 곧 신과 같음을 깨닫는다(憂方知酒聖, 貧始覺錢神)’라고 동조했다.
“관리는 내가 없으면 즐거워하지 않고, 장사치는 내가 없으면 통하지 않고, 사귐에 내가 없으면 두터움이 없고, 문장에 내가 없으면 귀한 대접을 못 받고, 친척 간에 내가 없으면 화목하지 않다(官吏非吾不樂, 商賈非吾不通, 交游非吾不厚, 文章非吾不貴, 親戚非吾不和).” 청(淸)나라 문장가 대명세(戴名世:1653~1713)가 ‘전신문대(錢神問對)’란 글에서 묘사한 돈의 위세다.
중국의 수많은 성(姓)씨 가운데 전(錢)씨가 있다. 삼황오제 중 전욱(<9853>頊)의 손자 팽조(彭祖)가 선조다. 800살까지 장수했다고 한다. 그 후예가 주(周)나라 조정의 전폐(錢幣)를 관리하는 전부상사(錢府上士)로 일했다. 전씨는 돈을 다루던 관직에서 유래했다. 전당강(錢唐江)이 흐르는 항주(杭州) 일대엔 명성을 떨친 전씨들이 유독 많았다.
화폐(貨幣)의 폐(幣)는 헝겊을 돈으로 쓰던 데서 유래했다. 땀 흘린 대가로 벌어들여 필요한 것과 교환하는 가치(價値)의 매개물이 돈의 본질이다. 그렇다면 마늘 밭 돈다발의 교훈은 뭘까? 본말을 잊고 일확천금을 노리면 반드시 뒤탈이 난다는 것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