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 23년 만에 '檢견제' 제도화.. 靑 하명기관 우려 극복은 과제
손지은 입력 2019.12.31. 05:06
[서울신문]고위직 7000여명 수사 전담 ‘文 1호 공약’
공수처장 임명 국회 동의·견제 기능 삭제
檢 ‘범죄인지 즉시 통보’ 독소조항 반발에
4+1 “타 기관에 수사개시 여부 신속 회신”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이 통과되면서 내년 7월쯤 고위공직자 수사를 전담하는 공수처 시대가 열린다.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으로 꼽히는 공수처 설치는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해 온 검찰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996년 참여연대가 공수처 설치를 포함한 부패방지법안을 입법 청원한 후 23년 만의 공수처 설치다.
공수처는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 국무총리, 검사, 판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 등 말 그대로 고위공직자들이 직무와 관련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수사를 전담하는 기구다. ‘고위직’ 7000여명이 수사 대상이다. 다만 자칫 ‘옥상옥’ 기구가 될 수 있고, 청와대 하명수사 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우려도 많다. 특히 공수처는 검사, 판사, 경무관 이상 경찰 등 5100여명에 대해서는 직접 기소권을 갖고 공소를 유지할 수 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소권을 남용하거나 반대로 덮어주기식 불기소를 해 온 검찰의 권력 오남용이 현격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성천 전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공수처장 추천위원회도 집권여당에 분명히 유리하게 돼 있고, 공수처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며 “새로운 수사기관을 만들고 기소권까지 줘 말 잘 듣는 수사기관을 만들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는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 몫 2명, 야당 몫 2명 등 7명으로 구성된다. 추천위가 처장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하고서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여야 논의 과정에서 나왔던 국회의 동의나 견제 기능은 삭제됐다.
공수처법 제24조 2항의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은 검찰 등이 독소조항으로 꼽으며 반발해 왔다. 공수처가 모든 수사기관의 최정점에서 고위공직자 수사의 단서가 될 만한 정보를 모아 권력자의 뜻에 따라 선택적으로 수사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4+1 협의체는 “공수처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인지한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통보받은 경우 인지범죄를 통보한 수사기관의 장에게 수사 개시 여부를 최대한 신속하게 회신하도록 수사처 규칙에 기한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촉구한다”는 후속 합의문을 만들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 범죄는 뇌물, 배임, 범죄은닉, 위증, 친족 간 특례, 무고와 고위공직자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해당 고위공직자의 범죄 등이다. 공수처 검사는 공수처장과 차장 각 1명을 포함해 25명 이내로 한다. 공수처 검사는 ‘변호사 자격을 10년 이상 보유하고 재판·수사 또는 수사처 규칙으로 정하는 조사 업무의 실무 경력 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자로, 인사위원회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검사 출신은 수사처 검사 정원의 절반을 넘을 수 없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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