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글과 시에 관한 이야기/詩(한시) 한 首를 여기에

얼음 바퀴 한 조각 찬 하늘에 치솟았네.

착한 인생 2019. 9. 18. 09:42

 

조선 중기 인조 임금 때의 문신으로 대제학, 예조판서 등을 역임했으며 월사(月沙) 이정구(李廷龜), 상촌(象村) 신흠(申欽), 계곡(谿谷) 장유(張維)와 함께 한문 4대가로 일컬어지는 택당(澤堂) 이식(李植:1584-1647) 선생이 지은 십고시(十孤詩)입니다.

     孤竹 (고죽)                                        외로운 대나무

淇園不比萬株槍 (기원불비만주창) 기원의 일만 그루 대나무 숲엔 못 비해도

隻簳依依衆卉傍 (척간의의중훼방) 뭇 풀들 옆에 간들간들 서 있는 하나의 대

擬向歲寒留寸碧 (의향세한유촌벽) 한겨울에 한 치의 푸름 끝내 간직하려는가

風掀雪壓奈摧傷 (풍흔설압내최상) 세찬 바람 쌓인 눈에 부러지면 어떡하지

       孤松 (고송)                                       외로운 소나무

羞將紅紫競春容 (수장홍자경춘용) 부끄러워라 봄 모습 다투는 천자 만홍(千紫萬紅)

獨保靑蔥傲衆茸 (독보청총오중용) 초목 사이에 홀로 서서 짙푸름 오연(傲然)히 고수하네

暮雀欲投翻却去 (모작욕투번각거) 앉으려다 몸 뒤집어 날아가는 저녁 참새

凍枝其奈雪霜封 (동지기내설상봉) 차디찬 나뭇가지 서리와 눈이 엉겼는 걸

       孤蘭 (고란)                                          외로운 난초

滿山紅綠麗春陽 (만산홍록여춘양) 산에 가득 홍록들이 봄빛에 화사하니

誰辨幽叢獨抱芳 (수변유총독포방) 홀로 숨어 향기 뿜는 난초를 누가 알아보랴

擬待騷人秋紉佩 (의대소인추인패) 가을에 시인이 끈에 엮어 차 주기를 기다리나

不堪蕭艾已充堂 (불감소애이충당) 난감하네 뜨락에는 잡초들만 꽉 찼으니

 

       孤雁 (고안)                                        외로운 기러기

衡陽千陣自群飛 (형양천진자군비) 떼를 지어 날아온 형양의 일천 군진(軍陣)

一望雲霄舊侶違 (일망운소구려위) 일망무제(一望無際) 하늘에서 짝을 잃고 말았는가

月黑汀洲罾弋在 (월흑정주증익재) 달도 없는 깜깜한 밤 모래톱 망에 혹 걸릴라

天寒畦壟稻粱微 (천한휴롱도량미) 날도 차가운 밭고랑에 이삭도 별로 없을 텐데

       孤鶴 (고학)                                          외로운 학

軒墀簉羽一分飛 (헌지추우일분비) 헌지에서 가지런히 날개 펴고 조금 날다

水國風霜彩翮垂 (수국풍상채핵수) 수향(水鄕)의 풍상에 늘어뜨린 채색 깃털

淸唳數聲中夜發 (청려수성중야발) 한밤중에 몇 차례 맑은 울음 토한다만

滿林烏鵲不曾知 (만림오작부증지) 수풀 가득 잡새들은 무슨 소린지 모르겠지

      孤劍 (고검)                                           외로운 검

剸兕誅蛟自有精 (전시주교자유정) 교룡과 코뿔소 벨 때에는 정채(精彩)를 발하지만

衝星躍水兩無情 (충성약수양무정) 충성과 약수에는 둘 다 모두 뜻이 없네

蒯緱塵壁無人識 (괴구진벽무인식) 먼지 낀 벽의 괴구 그 누가 알아보랴

武庫森羅漫得名 (무고삼라만득명) 삼라한 무고라는 별명만 괜히 얻었다오

       孤舟 (고주)                                        외로운 배

千艘銜尾下江關 (천소함미하강관) 천 척의 배들 꼬리 물고 강을 내려가는데

何許孤篷繫曲灣 (하허고봉계곡만) 무슨 일로 거룻배 하나 물굽이에 묶여 있노

日暮渡頭行旅絶 (일모도두행려절) 길손의 발길 끊어진 해 넘어가는 나루터

沙邊惟伴鷺絲閑 (사변유반노사한) 한가로이 모랫가에 해오리하고만 노니누나

      孤雲 (고운)                                        외로운 구름

白衣蒼狗變斯須 (백의창구변사수) 금새 몸을 바꾸는 백의와 창구 속에

可愛當空一片孤 (가애당공일편고) 어여뻐라 공중의 한 조각 고운(孤雲)이여

出岫不妨還入岫 (출수불방환입수) 산에서 나와 산으로 들어간들 어떠랴만

幾時霖霔與蘇枯 (기시임주여소고) 어느 때나 비 퍼부어 마른 땅 적셔 줄까

       孤嶼 (고서)                                         외로운 섬

爲有蟠根九地深 (위유반근구지심) 구천(九泉) 깊이 그 뿌리 서려 있기에

江門千古立崟岑 (강문천고입음잠) 천고토록 우뚝 솟아 강 문턱을 지키도다

商帆官舶從他過 (상범관박종타과) 무심하게 지나가는 장사꾼 배 관원의 배

雪礮雷車任爾侵 (설포뇌거임이침) 눈이 퍼붓든 우레가 치든 그냥 내맡겨 두려무나

       孤月 (고월)                                        외로운 달

雲捲秋空點翳銷 (운권추공점예소) 구름 걷힌 가을 하늘 티끌 한 점 없는데

氷輪一片湧寒霄 (빙륜일편용한소) 찬 하늘에 솟구친 한 조각 얼음 수레바퀴

幽人獨臥窮山靜 (유인독와궁산정) 고요해라 깊은 산골 은자(隱者) 홀로 높이 누워

贏得餘光照寂寥 (영득여광조적료) 적료한 뜨락 비쳐 주는 고마운 달빛을 만끽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