夜雨寄北(야우기북)-밤비에 북으로 부치며-이상은
君問歸期未有期[군문귀기미유기]
그대는 돌아올 날짜 물으니 기일을 답할 수 없다네.
巴山夜雨漲秋池[파산야우창추]
그곳 파산은 밤비에 가을 못물 불어나겠지.
何當共剪西窗燭[하당공전서창촉]
어느 때라야 같이 서창의 촛불심지 자르며
卻話巴山夜雨時[각화파산야우시]
파산의 밤비 내리던 때를 이야기 하게 될까.
1구를 보자
君問歸期未有期【군문귀기미유기】그대는 돌아올 날짜 물으니 기일을 답할 수 없다네.
일반적으로 1구는 시상을 일으킨다.
그 방법으로 일반적으로 시의 제목을 풀이하거나, 작가가 시적 체험을 하게 된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가 제시된다. 그러나 여기서는 하나의 화자의 심리적 갈등구조가 제시 된다. <상대방이 보고 싶고 궁금하여 돌아올 날짜를 애타게 묻지만【君問歸期】 시적 자아는 확실한 날짜를 정하여 대답할 수 없다【未有期】>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자아는 상대방의 제안에 가담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음 구절에서는, 이러한 갈등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려는 작가의 태도가 제시될 것으로 생각된다.
2구절을 보자
巴山夜雨漲秋池【파산야우창추지】그곳 파산은 밤비에 가을 못물 불어나겠지.
여기서는, 1구에서 제시된 갈등을 해결하려는 방법이 제시됨으로써 1구의 내용을 이어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작가는 친구가 오라는 곳, 그래서 자신을 애타게 기다리는 파산의 상황을 떠올린다. 비록 내가 가지는 못하지만, 눈에 훤하다. 지금처럼 가을날 비가 내리면, 모두들 모여 앉아 밤새워 놀 것이다. 파산 지방은 가을비가 꾀 많이 오는 곳이다. 그리고 비가 오면 연못에 물이 많이 불어난다. 내가 있을 때도 그러한 일이 많았다.
가을비 내리는 지금, 파산의 못은 틀림없이 물이 불어날 것이고 친구들은 밤을 새워 비 때문에 할 일 없는 내일을 생각하고 밤에 모여서 놀 것이 틀림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 곳이 그립다, 친구가 그립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3,4구를 보자
何當共剪西窗燭【하당공전서창촉】어느 때라야 같이 서창의 촛불심지 자르며
卻話巴山夜雨時【각화파산야우시】파산의 밤비 내리던 때를 이야기 하게 될까.
여기서는
가고 싶어도 지금은 가지 못하는 파산 지방을, 여건이 허락되는 미래에는 반드시 돌아가 친구들과 동참하리라는 각오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고향과 친구와 추억을 그리워하는 작가의 마음 속 정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1,2구절의 갈등의 해결은 결국 미래로 미루어지고, 그 해결을 위한 현재의 다짐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종의 승화라고 볼 수 있다.
바른 해석을 위해서, 우선 고려될 낱말이 <何當>이다.
<何當>은 <미래의 어느 날【何】을 맞아야【當】> 즉, <어느 날이 되어야>라는 뜻이다.
파산에 가고 싶은데 파산에 가게 될 그날이 도대체 어느 날이냐는 것이다.
이는 결국<강력한 소망>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작가는 <어느 날【何】이 되어야【當】 고향 돌아가 친구들과 함께【共】 달이 떠서 밝은 서쪽 창가【西窓】의 촛불의 불똥 떨어지는 심지【燭】를 자를【剪】 것인가>라고 말하고 있다.
파산에 돌아가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은 강한 마음 속 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共剪西窗燭>에서는 오늘 저녁 비가 오기 때문에 내일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에서 친구들과 한 자리에 모여서, 등잔불 밝혀놓고 서쪽으로 달이 넘어가는 새벽까지 친구들과 놀았음을 느낄 수 있다.
다음으로 고려할 낱말이 <却話>이다.
<却話>는 <却說> 과 유사하게 쓰인 말이다.
<却說>은 사전적 풀이로는 <말이나 글 따위에서, 이제까지 다루던 내용을 그만두고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림>의 뜻이다. 따라서 여기서의 <却話>는 <다른 것은 다 제처 두고 우선적으로 이야기 하리라>의 뜻으로 쓰인 것이다. 이는 결국 <우선순위가 제일 앞서는 일>이라는 뜻이며 이는 미래에도 <강력한 소망>이 되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파산【巴山】의 밤비 내리던 때【夜雨時】의 상황을 다른 일보다 우선하여 이야기 나누고 싶다>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夜雨時>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의미는 <친구들과 함께 하지 못한 파산의 오늘 밤비 내린 때의 상황을 친구를 만나 이야기 듣고 싶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다. 이 경우, 오늘밤 <친구와 함께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강하게 표현된다. 다음으로는 생각해 볼 수 있는 의미는 <내가 파산으로 가서 친구들을 만나 가을비 내리는 상황이 되면, 그 때에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으로 볼 수도 있다.
이 경우, <친구와 함께하는 미래에 대한 기대>가 강하게 표현된다. 종합하면, 비 내리는 가을밤 홀로 있는 시간에 파주에 있던 생각이 났다. 친구들은 여러 경로를 통하여 언제 내려올 수 있느냐는 독촉이 있었다. 그러나 그 때마다 현실의 제한을 핑계로 확실한 대답을 전해주지 못했다. 잠이 오지 않는 가을 밤, 비는 더욱 내린다. 이럴 때는 파주의 친구들은 함께 모여, 밤새도록 촛불 밝히고 놀았다. 밤새도록 내린 가을비에 못물이 엄청 불어나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도대체 어느 날이냐 옛날처럼 친구들과 어울려 온 밤을 놀아볼 수 있을까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고향이 그립고 친구가 그립고, 추억이 그리워 작가는 울고 있는 것이다.
[오세주 한시감상 ]
※ <何當>의 의미를 알고자 이 글을 퍼옴 <孤松>
그대는 언제 돌아오느냐 묻지만 기약할 수가 없구려
파산에 밤비 내려 가을 못물 불어나 있다오
언제쯤 서창의 등불 심지 잘라내며
파산 밤비 내리던 때를 얘기 나눌 수 있을까요
당나라 말기 시인인 이상은(李商隱, 812~858)의 대표작이다. 작가가 파촉(巴蜀, 오늘날 쓰촨성)에 있을 때 썼던 칠언절구다. 20대 중반에 과거에 급제했으나 '우이당쟁'(牛李黨爭)에 휘말려 실의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우당(牛黨)·이당(李黨)의 싸움 속에 이당 일원인 왕무원의 사위가 됐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이 시는 아내 왕씨에 부치는 편지 형식을 취하고 있다. 제목이 '기북'(寄北)인 것은 아내가 살고있는 장안(長安)이 파촉보다 북쪽에 있어서다. 아내에게 돌아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처지다. 그래서 그리움은 더 간절하다. 왕씨는 이상은에겐 출세의 걸림돌이었지만 부부는 줄곧 화목했다. 그래서 이 시의 한구 한구가 마음에 더 와닿는다.<2019.11.04 다음뉴스 > 디지털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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