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旅宿(여숙) 여관에서 자면서 - 杜牧(두목)

착한 인생 2018. 12. 19. 21:21

[한시산책]

 

  旅宿(여숙) 여관에서 자면서 - 杜牧(두목)

 

여관에서 유숙하며

 

여관엔 좋은 벗이 없어

가슴에 엉긴 정이 저절로 쓸쓸해지네.

차가운 등잔 아래 지난 일에 몰두하는데

외로운 기러기 소리에 놀라 잠을 깬다.

새벽이 되어서야 먼 꿈에서 돌아오고

집 편지는 1년이 넘어서야 이르렀는데.

푸른 강은 안개 쌓인 달이 있어 좋고

문에는 고기잡이배가 매여 있다

 

 

여숙(旅宿)

旅館無良伴, 凝情自悄然.(려관무량반,응정자초연)

寒燈思舊事,斷雁警愁眠.(한등사구사, 단안경수면).

遠夢歸侵曉, 家書到隔年.(원몽귀침효, 가서도격년).

滄江好煙月, 門繫釣魚船.(창강호연월, 문계조어선).

 

  

 

     여관에는 말벗이 될 만한 좋은 친구가 없어서

다만 혼자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으니 저절로 서글퍼진다.

차가운 등불 아래 지나간 날을 생각하다,

기러기 홀로 날아가며 우는 소리에 수심으로 잠든 나를 놀라게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꿈에서 깨어보니 새벽이 되었고

집에서 편지가 온 지도 어언 1년이 넘었다.

차가운 강물 위 안개에 싸인 달빛이 좋은데,

문 앞에 고깃배가 매여 있다. 저 고깃배가 부러울 뿐이다.

 

 

 

     이 작품은 여관에 묵으면서 나그네로서 느끼는 삶의 쓸쓸함,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그린 시이다. ‘凝情自悄然(응정자초연)’은 시인의 고독을 드러낸 것이지만, 그 속에는 벼슬길에서 실의(失意)하였기 때문에 집에 더욱 돌아가기를 원하는 두목의 처량한 마음이 담겨 있다. 무리에서 홀로 떨어진 기러기는 시인 자신이며, 마지막 두 구에서는 어부의 청한(淸閑)한 삶을 통해 객지로 떠도는 자기 삶의 처연(凄然)함을 역설적으로 표현하였다. 귀향에 대한 간절함을 말하는 가운데 환로(宦路)에 대한 권태와 염증, 현실에 대한 불만 등에서 비롯된 수심(愁心)이 완곡하면서도 은미하게 묻어난다.

      수련은 여관방에서 무료하여 홀로 생각에 잠긴다고 썼고, 함련은 지난 일을 기억하고 긴 밤에 잠 못 이룸을 기술하였고, 경련은 새벽녘 혼미한 가운데 꿈속에서 고향으로 돌아감을 보고 갑자기 깨었음을 서술하고 , 말련은 문 앞의 煙景(연경: 구름· 안개 따위가 어려있는 아름다운 경치)을 썼는데 깊은 뜻이 매우 아름답다. 전시가 迷離(미리)하고 恍惚(황홀)하여, 밤 내내 근심스러운 잠으로 홀연히 깨었다 홀연히 잠들다 하면서 , 나그네가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다하기 어렵다는 내용이다. 끝에는 .으로 거두었는데 더욱 빼어났다.

 

율시는 만당에 이르면 李義山(이의산, 李商隱) 아래로는 오직 杜牧을 가장 높이 평가한다. 宋人은 그의 시를 평하기를 豪宕(호탕)하면서도 艶麗(염려)하니, 律詩 가운데 특히 굳세고 힘 있는 격조를 써서 당시의 폐단을 바로잡았다.’고 하였는데, 참으로 그렇다.”

 

홀로 객지를 떠돌던 시인이 잠시 묵고 있는 객사(客舍)

아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다.

평소 가슴 속에 엉긴 채 드러나지 않았던 감정(凝情),

집을 떠나자 저절로 쓸쓸하게 나타난다.

객사(客舍)의 텅 빈 방에 켜 놓은 등잔불이 차갑게 느껴지는 것은

시인의 마음이 그만큼 쓸쓸하기 때문이리라.

이처럼 차가운 등잔불을 켜 놓고 있노라니,

지난 옛일들이 모두 그리워진다.

집 떠나기 전에는 그저 일상의 사소한 일이었던 것들이

객지를 떠돌다 보니 새록새록 그리워 진 것이다.

그리고 가을 하늘을 수놓는 기러기 떼를 떠올리면서

시인은 가족 생각이 더욱 절실해진다.

온 가족이 무리지은 기러기 떼에서 자신만 홀로 떨어져 나온 기러기(斷雁)

외롭기 그지없는 시인 자신의 초상(肖像)이다.

 

이처럼 외기러기 신세가 된 시인은

이런저런 근심에 잠들기가 쉽지 않은데,

어렵사리 잠든 것도

외기러기 모습이 어른거리자

깜짝 놀라 깨어버리고 만다.

밤마다 멀리 있는 집을 꿈꾸다가(遠夢)

새벽이 되어서야 돌아온다고 한 것은

시인이 얼마나 외롭고 집이 그리운 지를 운치있게 묘사한 것이다.

집에서 부쳐 온 편지(家書)가 해를 넘겨서야 온다고 한 데에는,

시인이 집안 소식을 하루라도 빨리 듣고 싶어하는 조바심이 잘 나타나 있다.

 

집을 떠난 외로움에 흠뻑 취해 있던 시인은

현실로 돌아온다.

시인이 머물고 있는 객사(客舍) 근처에 있는 강에는

안개 속으로 달이 떠 있는데,

그 모습이 아름답다.

객사(客舍)의 문에는 고기잡이배가 매어 있다.

고요한 휴식의 시간인 밤을 묘사한 것이다.

시인은 이러한 밤의 모습에서 위로를 얻고자 하지만,

외로움과 그리움은 어쩔 수가 없다.

 

 

[주석]

杜牧[두목] 두목(杜牧, 정원 19(803)~대중 6(852)), 중국 당나라 후기의 시인이다. 경조부(京兆府) 만년현(萬年縣, 지금의 산시 성 시안 시) 사람으로 자는 목지(牧之), 호는 번천(樊川)이다. 통전의 저자로 유명한 대학자 두우의 손자로, 마찬가지로 당나라 후기의 시인으로 꼽히는 두순학은 그의 서자로 알려져 있다. 성당 시대의 시인 두보와 작풍이 비슷하며, 노두(老杜) 두보와 구별하기 위해 소두(小杜)라고도 부르며, 동시대의 시인 이상은과 함께 만당의 이두(李杜)로 통칭된다.  

凝情自悄然[응정자초연] 凝情(응정)’은 생각을 골똘히 하는 것(凝思)을 말하며, 悄然(초연)은 쓸쓸한 모양, 적막하고 우울한 모습이다.
斷雁[단안] 무리를 잃은 기러기 , 孤雁과 같다.
侵曉[침효] 새벽이 오다
滄江[창강] 강하(江河)를 일반적으로 부르는 말이다. 강물이 푸르기[] 때문에 滄江이라 한다. 과 통한다. 자신의 고향의 깨끗한 자연을 말한다.
煙月[연월] 물안개 속에 떠 있는 달. '연월(煙月)'은 달빛이 연무(煙霧)에 은은하게 비치는 모습을 형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