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밥-2012-11-17 까치밥 고향이 고향인 줄도 모르면서 긴 장대 휘둘러 까치밥 따는 서울 조카아이들이여 그 까치밥 따지 말라 남도의 빈 겨울 하늘만 남으면 우리 마음 얼마나 허전할까 살아온 이 세상 어느 물굽이 소용돌이치고 휩쓸려 배 주릴 때도 공중을 오가는 날짐승에게 길을 내어주는 그것은 따.. [D] 글과 시에 관한 이야기/빌려온 글과 시의 이야기 2015.04.27
지상의 끼니 - 2012-11-03 지상의 끼니 이기철 종일 땀 흘리고 돌아와 바라보는 식탁 위 밥 한 그릇 나를 따라오느라 고생한 신발, 올이 닳은 양말 불빛 아래 보이는 저 거룩한 것들 한 종지의 간장, 한 접시의 시금치 무침 한 컵의 물, 한 대접의 콩나물 국 부딪치면 소리내는 한 쟁반의 멸치볶음 저것들이 내 하루.. [D] 글과 시에 관한 이야기/빌려온 글과 시의 이야기 2015.04.27
‘못’ - 2012-10-06 철없이 벽에도, 남의 가슴에도 숱한 못을 박아놓았다 부모님, 형제, 친구, 제자, 아내, 자식들 가슴에 알게 모르게 박아 놓은 못 죽기 전에 내 손으로 그것을 뽑아 버려야 할 텐데 부모님은 이미 먼 길 떠나셨고 아내는 병이 들었고 형제는 절반이 이승을 떠났고 자식들은 다 커 버렸다 지.. [D] 글과 시에 관한 이야기/빌려온 글과 시의 이야기 2015.04.27
헌책에 대하여 -2012-10-20 헌책에 대하여 윤인구 읽고 난 필요 없는 책들 정리해서 도망 못 가게 노끈으로 사지를 단단히 묶어서 가져가는 사람 있다기에 대문 옆에 내놨는데 일주일이 지나도록 엄동설한에 쫓겨난 자식처럼 덜덜 떨고 있는 것이 보기 안쓰러워 다시 창고에 들여놓고서, 헌책 버릴 걱정 안하고 고.. [D] 글과 시에 관한 이야기/빌려온 글과 시의 이야기 2015.04.27
' 섬진강 17-동구’ - 2012-09-22 추석에 내려왔다 추수 끝내고 서울 가는 아우야 동구 단풍 물든 정자나무 아래 ― 차비나 혀라 ― 있어요 어머니 철 지난 옷 속에서 꼬깃꼬깃 몇 푼 쥐여주는 소나무 껍질 같은 어머니 손길… 차마 뒤돌아보지 못하고 고개 숙여 텅빈 들길 터벅터벅 걸어가는 아우야 서울길 삼등 열차 동.. [D] 글과 시에 관한 이야기/빌려온 글과 시의 이야기 2015.04.16
‘흰 바람벽이 있어’ - 2012-09-08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샤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 [D] 글과 시에 관한 이야기/빌려온 글과 시의 이야기 2015.04.16
‘고래를 기다리며’ - 2012-08-25 고래를 기다리며 나 장생포 바다에 있었지요 누군가 고래는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했지요 설혹 돌아온다고 해도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고요, 나는 서러워져서 방파제 끝에 앉아 바다만 바라보았지요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치는 게 삶이라고 .. [D] 글과 시에 관한 이야기/빌려온 글과 시의 이야기 2015.04.16
‘비단길 2’ - 2012-08-11 보따리를 싣고 여행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떠나는 인생역정을 표현한 김수자 씨의 영상작품. 국제갤러리 제공 잘못 든 길이 나를 빛나게 했었다 모래시계는 지친 오후의 풍광을 따라 조용히 고개 떨구었지만 어렵고 아득해질 때마다 이 고비만 넘기면 마저 가야할 .. [D] 글과 시에 관한 이야기/빌려온 글과 시의 이야기 2015.04.16
‘나는 너무 오래 안전한가?’ - 2012-07-28 단기 4343년 올해까지 931번이나 침략 받아 평균 4년꼴로 전쟁을 겪은 셈이라는데 1953.7.27 휴전협정 이래 처음으로 57년 동안이나 안전하다는데 내게는 위험이 필요한가? 안전하게 밥 먹고 안전하게 잠자고 안전한 꿈만 꾼다 두통마저 안전해 딱따구리도 두통약 먹을까? 나의 미래는 어디서 .. [D] 글과 시에 관한 이야기/빌려온 글과 시의 이야기 2015.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