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3)春泛若耶溪(춘범약야계) - (綦毋潜 기무잠): 5언 고시
-봄날 약야계에 배 띄우고-
幽意無斷絶[유의무단절] 그윽한 살고픈 마음은 끝없이 이어져
此去隨所偶[차거수소우] 이처럼 가며 우연히 가는대로 따라가네.
晩風吹行舟[만풍취행주] 저녁 바람 떠가는 배에 불어오고
花路入溪口[화로입계구] 꽃길 따라 계곡 입구에 들어서네.
際夜轉西壑[제야전서학] 밤이 되자 서쪽 계곡으로 돌아드니
隔山望南斗[격산망남두] 산 너머로 南斗별이 바라보이네.
潭煙飛溶溶[담연비용용] 물안개 뭉게뭉게 날아들고
林月低向后[임월저향후] 수풀의 달빛은 나지막이 뒤로 내린다.
生事且彌漫[생사차미만] 살아갈 일 또한 막막하니
愿爲持竿叟[원위지간수] 낚시하는 노인이 되고 싶어라.
[註釋]
○ 若耶溪[약야계] 태평환우기(太平寰宇記)에 따르면 회계현 동쪽 이십팔 리에 있는 시내[若耶溪在會稽縣東二十八里], 浙江省 紹興(절강성 소흥)에 있는 若耶山(약야산) 아래의 시내. 당나라 때 은자들이 많이 은거하였음. 西施가 빨래하던 곳으로도 유명하며 일명 ‘浣紗溪완사계’라고도 부른다.
○ 幽意[유의] 조용한 마음 혹은 고요한 정취를 뜻한다. 여기서는 세속과 떨어져 거쳐한다는 뜻이다.
○ 偶[우] ‘遇’와 같음. ‘만나는 것마다 은거의 욕구를 불러일으킨다.’는 뜻.
○ 際[제] 즈음, 때, 모으다, 만나다. ‘際夜’는 밤에 들어감. 저녁이 됨.
○ 南斗[남두] ‘南斗六星’의 준말. 별이름으로 28수의 하나로 남쪽에 있으며, 국가형태로 되어있음. ‘北斗’에 상대하여 부름. 고대 별자리를 땅의 분야와 대응하였으며, 南斗는 남쪽 吳越의 지역에 해당함.
○ 溶溶[용용] 넓고 크고 짙고 성한 모양.
○ 彌漫[미만 mí màn] 아득하고 끝이 없음을 표현함. 雙聲連綿語.
○ 潭煙[담연] 물기, 물안개
○ 生事[생사] 세상사, 살아가는 일
○ 持竿叟[지간수] 낚시하는 늙은이. 東漢의 光武帝 劉秀의 친구인 嚴光(자릉)이 유수가 황제가 되자 스스로 富春山에 들어가 낚시를 하며 세월을 보냈음을 가리킨다. 대개 은자를 비유한다.
[通譯]
깊숙이 은거하고 싶은 마음이 끊임없이 솟아나 이에 배 띄우고 물결 가는대로 따라간다. 저녁바람이 떠가는 배에 불어오니 꽃이 핀 물결을 다라 약야계 입구로 들어간다. 밤이 되자 서쪽계곡으로 들어가니 산 너머로 남두성이 멀리 바라보인다. 물에서 피어 오른 안개는 자욱하고 숲 속의 발은 배 뒤편으로 사라져간다. 세상살이 또한 여기 이 약야계의 밤 풍경처럼 막막하니 낚시하는 노인이 되어 이곳에서 한평생을 마치고 싶구나.
[解題 및 作法分析]
이는 유람하면서 정감을 펼친 시이다.
어느 봄날의 초저녁 작자는 약야계에서 배를 띄우고 경치로 말미암아 느낌이 일어나 이 詩를 썼다. 앞 여덟 구는 賦를 써서 봄 밤배를 띄우고 본 바의 경치를 펼쳐 서술하였다. ‘幽意’, ‘花路’는 ‘春’字를 지적해 내었고, ‘行舟’, ‘潭煙’은 ‘泛’字를 지적해 내었다. 끝 두 句는 景에 나아가 興을 일으켰으니, 봄 강에 꽃피고 달뜨고, 밤에 물안개 짙은 데에서의 느낌으로 말미암아인생도 또한 이와 같음을 생각하고 한 漁翁이되고 싶다고 결론을 맺어 情趣를 갑절이나 나타내었다.
첫 구절에 보이는 ‘幽意’는 두 가지 뜻 가운데 어느 쪽을 취해도 무방하나 여기서는 세속과 떨어져 홀로 거처한다는 뜻으로 해석하였다. 시 전체가 경치와 감정이 하나로 合一되어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도 함께 무르익는다. 마지막 구절의 ‘持竿叟’는 은거의 뜻을 함축하고 있다. 이 부근에 엄자릉(嚴子陵)이 은거하며 낚시했다는 富春江이 있어 그 사실에 착안하여 시인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또 장소가 약야계이고 배를 띄우고 쓴 시이기 때문에 그에 호응하여 선택한 어휘로 用字의 엄밀함을 알 수 있다.
※ 嚴子陵 : 자릉은 後漢 초기의 은자인 嚴光의 字이다. 엄광은 일직이 光武帝 劉秀와 同門受學한 친구로서, 광무제가 즉위한 다음 物色하여 諫議大夫로 제수했으나 세상에 나아가지 않고 부춘산의 釣魚臺에서 낚시질하며 한가롭게 일생을 마쳤다.
[韻律]
‘潭煙飛溶溶(담연비용용)’가 五平句가 된다. 韻脚은 上聲 25韻 有韻을 썼는데, 偶 · 口 · 斗 · 後 · 叟 등 協韻을 사용하였다.
[全唐詩]
卷135_2 《春泛若耶溪》綦毋潛
幽意無斷絕,此去隨所偶。晚風吹行舟,花路入溪口。
際夜轉西壑,隔山望南斗。潭煙飛溶溶,林月低向後。
生事且彌漫,願為持竿叟。
-봄날 약야계에 배를 띄오고
그윽한 뜻은
끊임이 없어
여기 한 번 떠나면
우연에 맡겨지리.
저녁 바람
가는 배에 불고
꽃길 따라
시냇가로 들어온다.
밤이 되자
배는 서쪽 골짜기를 돌아들고
산 너머로
南斗星을 바라본다.
못 속의 물안개는
짙게도 날으는데
수풀의 달빛은
나지막히 뒤로 내린다.
생각하니
세상살이 아득하거니
다만
낚싯대로 늙고 싶어라.
[平仄]
幽意無斷絕(유의무단절) ○●○●●(平去平去入) 幽yōu 意yì 無wú 斷duàn 絕jué,
此去隨所偶(차거수소우) ●●○●⊙(上去平上上) 此cǐ 去qù 隨suí 所suǒ 偶ǒu。
晚風吹行舟(만풍취행주) ●○○○○(上平平平平) 晚wǎn 風fēng 吹chuī 行xíng 舟zhōu,
花路入溪口(화로입계구) ○●●○⊙(平去入平上) 花huā 路lù 入rù 溪xī 口kǒu。
際夜轉西壑(제야전서학) ●●●○●(去去上平入) 際jì 夜yè 轉zhuǎn 西xī 壑hè,
隔山望南斗(격산망남두) ●○●○⊙(入平去平上) 隔gé 山shān 望wàng 南nán 斗dǒu。
潭煙飛溶溶(담연비용용) ○○○○○(平平平平平) 潭tán 煙yān 飛fēi 溶róng 溶róng,
林月低向後(림월저향후) ○●○●⊙(平入平去上) 林lín 月yuè 低dī 向xiàng 後hòu。
生事且彌漫(생사차미만) ○●●○●(平去上平去) 生shēng 事shì 且qiě,jū 彌mí 漫màn,
願為持竿叟(원위지간수) ●○○○⊙(去平平平上) 願yuàn 為wéi 持chí 竿gān 叟sǒu。
[直譯 및 文章構造]
幽(형:관) | 意(명:주어) | 無(동:술어) | 斷(동:관) | 絶(동:목적어) |
그윽할 유 | 뜻 의 | 없을 무 | 끊을 단 | 끊을 절 |
① 幽意無斷絶(유의무단절) 그윽한 뜻이 단절함이 없어서 | ||||
此(대:주어) | 去(동:술어) | 隨(동:술어) | 所(명:관) | 偶(명:보어) |
이 차 | 갈 거 | 따를 수 | 바 소 | 짝 우 |
② 此去隨所偶(차거수소우) 이처럼 가며, 우연히 가는 바대로 따르리. | ||||
晩(명:관) | 風(명:주어) | 吹(동:술어) | 行(동:관) | 舟(명:보어) |
저녁 만 | 바람 풍 | 불 취 | 갈 행 | 배 주 |
③ 晩風吹行舟(만풍취행주) 저녁 바람이 가는 배에 불어오고 | ||||
花(명:관) | 路(명:주어) | 入(동:술어) | 溪(명:관) | 口(명:보어) |
꽃 화 | 길 로 | 들 입 | 시내 계 | 입 구 |
④ 花路入溪口(화로입계구) 꽃길은 시내 입구로 들어서네. | ||||
際(동:술어) | 夜(명:목적어) | 轉(동:술어) | 西(명:관) | 壑(명:목적어) |
만날 제 | 밤 밤 | 구를 전 | 서녘 서 | 골 학 |
⑤ 際夜轉西壑(제야전서학) 밤이 만나, 서쪽 골짜기를 돌아가는데 | ||||
隔(형:술어) | 山(명:목적어) | 望(형:술어) | 南(명:관) | 斗(명:목적어) |
사이 격 | 뫼 산 | 바라볼 망 | 남녘 남 | 말 두 |
⑥ 隔山望南斗(격산망남두) 산을 격하고 남두성을 바라보네. | ||||
潭(명:관) | 煙(명:주어) | 飛(동:술어) | 溶(형:부) | 溶(형:부사어) |
못 담 | 안개 연 | 날 비 | 성한 모양 용 | 성한 모양 용 |
⑦ 潭煙飛溶溶(담연비용용) 못의 물안개는 뭉게뭉게 날고 | ||||
林(명:관) | 月(명:주어) | 低(동:술어) | 向(방) | 後(명:보어) |
수풀 림 | 달 월 | 낮게 내릴 저 | 향할 향 | 뒤 후 |
⑧ 林月低向后(임월저향후) 숲의 달은 나직이 뒤로 내리네. | ||||
生(명:관) | 事(명:주어) | 且(부:부) | 彌(부:부) | 漫(동:술어) |
인생 생 | 일 사 | 또 차 | 두루 미 | 넘쳐흐를 만 |
⑨ 生事且彌漫(생사차미만) 살아갈 일이 또한 가득한데(아득한데) | ||||
願(동:술어) | 爲(동:목적어 겸 술어) | 持(동:술어, 관) | 竿(명:목적어) | 叟(명:보어) |
바랄 원 | 될 위 | 가질 지 | 장대 간 | 늙은이 수 |
⑩ 愿爲持竿叟(원위지간수) 낚싯대를 가지는 늙은이가 됨을 바라네. | ||||
幽意無斷絶(유의무단절) 그윽한 뜻이 끊임(斷絶함)이 없어 此去隨所偶(차거수소우) 이에 배가는 대로 맡겨 떠나네. 晩風吹行舟(만풍취행주) 저녁 바람 가는 배에 불어오고 花路入溪口(화로입계구) 꽃길 따라 약야계 입구에 들어서네. 際夜轉西壑(제야전서학) 밤이 되어 서쪽 골짜기로 배를 돌려 隔山望南斗(격산망남두) 산 너머로 남두성을 바라보네. 潭煙飛溶溶(담연비용용) 못 속의 물안개는 짙게도 나는데, 林月低向后(임월저향후) 숲 속의 달은 뒤로 사라져 가네. 生事且彌漫(생사차미만) 인생사 또한 이처럼 묘망(淼茫)한 것을 愿爲持竿叟(원위지간수) 원컨대 낚싯대 드리우는 어옹(漁翁)이나 되길 |
[集評]
○ 有氣力 靜中看出 - 明 鐘惺 ≪唐詩歸≫ 卷十四
유기력 정중간출 - 明 종성 ≪당시귀≫ 卷十四
기운찬 힘을 고요한 가운데 볼 수 있다.
○ 好境 妙語浮出 如不經心手者 - 明 潭元春 ≪唐詩歸≫ 卷十四
호경 묘어부출 여불경심수자 - 明 담원춘 ≪당시귀≫ 卷十四
훌륭한 경지에 묘한 말이 배어나와 마음을 쓰지 않고 쓴 솜씨 같다.
※ 종성(鍾惺): 명(明) 나라 경릉(竟陵) 사람, 자 백경(伯敬). 호 퇴곡(退谷). 후베이성[湖北省] 장링[竟陵] 출생. 동향의 친구 담원춘(譚元春)과 더불어 경릉파를 형성하여 그 중심인물이 되었다. 명나라 만력연간(萬曆年間)에 원굉도(袁宏道) 등 공안파(公安派)들이 자신의 심정을 평명하게 읊었지만 너무 부박(浮薄)으로 흐른 탓에 그 폐단을 바로잡기 위하여 유심(幽深) ·기취(奇趣)가 넘치는 시의 창조를 제창하였다. 담원춘과 《고시귀(古詩歸)》 《당시귀(唐詩歸)》를 공편하고, 선록(選錄)한 시인과 시에 비평을 달았다. 당시 그것을 경릉체(竟陵體)라고 일컬었다. 그의 시는 감정의 솔직한 표현을 중요시하였으며, 그 표현 기교에 지나친 나머지 현실성이 결여되었다는 평을 받았다. 저서에 《은수헌집(隱秀軒集)》 54권이 있다.
【참고 도서】
唐詩選 <보고사 奇泰完 選譯 2008>,
唐詩三百首詳析<대만 : 中華書局 편집부, 1955>,
唐詩三百首詳析<북경 : 中華書局 喩守眞 편저, 2008>,
唐詩三百首<傳統文化硏究會 송재소 외 5인 역주, 2012>,
唐詩三百首<啓明大學 出版部 구섭우 편저, 安秉烈 譯,2005>,
唐詩三百首<동서문화사 林東錫, 孫洙編 釋註 2010>,
<2016. 04. 11. 孤松筆>
'**(3) 중국한시교실 > ---古詩(5언고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025)與高適薛據同登慈恩寺浮圖(여고괄설거등자은사부도)고적 설거와 더불어 자은사 부도에 오르다 - (岑參잠삼) : 5언 고시 (0) | 2019.06.10 |
---|---|
(024)宿王昌龄隐居(숙왕창령은거)왕창령의 은거지에서 묵으며 - (常建상건) : 5언 고시 (0) | 2019.05.30 |
(022) 尋西山隱者不遇(심서산은자불우)서산의 은자를 만나지 못함 - (邱爲 구위) : 5언 고시 (0) | 2019.05.28 |
(021)同從弟南齋玩月憶山陰崔少府(동종제남재완월억산음최소부) - (王昌齡 왕창령)) : 5언 고시 (0) | 2019.05.28 |
(020)宿業師山房待丁大不至(숙업사산방대정대부지업사 산방에 묵으면서 정대를 기다렸으나 오지 않음)-(孟浩然맹호연;689-740) : 5언 고시 (0) | 2019.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