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4)宿王昌龄隐居(숙왕창령은거) - (常建상건) : 5언 고시
-왕창령의 은거지에서 묵으며-
淸溪深不測[청계심불측] 맑은 시내물 깊이를 헤아릴 수 없고
隱處唯孤雲[은처유고운] 그대 은거하는 곳에 오직 외로운 구름 한 조각
松際露微月[송제로미월] 소나무엔 초승달이 드러나니
淸光猶爲君[청광유위군] 맑은 달빛이 그대를 위하는 듯
茅亭宿花影[모정숙화영] 띠 집 정자에는 꽃 그림자 머무르고
藥院滋苔紋[약원자태문] 약초밭 사이엔 이끼가 자란다.
余亦謝時去[여역사시거] 나 또한 세상살이 버리고 떠나
西山鸞鶴群[서산란학군] 그대처럼 서산에서 난학과 살고지고.
[註釋]
○ 淸溪[청계] 특정한 시냇물 이름이 아니며, 그저 ‘맑은 시내’라는 의미.
○ 微月[미월] 眉月, 新月과 같다. 즉 초승달이다.
○ 淸光[청광] 달빛을 형용함.
○ 茅亭[모정] 茅茨(모자)로 지붕을 이은 정자.
○ 藥園[약원] 芍藥(작약)을 심은 약초밭의 庭園. 藥의 芍藥의 略稱.
○ 謝時[사시] 時俗을 사양함. 時俗과 이별하는 것. 時俗(당시의 풍속)에서 멀어지고자 함.
○ 西山[서산] 常建이 天寶 연간에 일찍이 武昌의 西山(樊山번산)에 은거한 적이 있음.
○ 鸞鶴[난학] 靑鸞과 白鶴. 모두가 신선이 타는 새로서, ‘鸞鶴群‘’은 난새와 백학과 짝을 짓는다는 듯이다. 여기서는 종신토록 은거하여 은자나 도인의 삶을 하겠다는 의미이다. .
[通譯]
맑은 시내는 저 위로 멀리 뻗어 있어 그 근원을 헤아릴 수 없는데, 그대가 은거했던 이곳에는 외로운 구름 한 조각 있을 뿐이다. 오늘 저녁, 소나무 사이에 초승달이 떠오르니, 이 맑은 달빛은 그대가 떠난 후에도 여전히 그대를 위해 빛나고 있는 듯하다. 띠로 이은 정자에는 주인이 없으니 꽃 그림자만이 자고 있고, 약초를 심은 들에는 푸른 이끼가 무성하다. 나도 時俗을 떠나 西山으로 와서, 靑雲과 白鶴을 타고 노니는 신선과 짝하고 싶구나!.
[解題 및 作法分析]
常建의 이 시는 山水隱逸詩로서, 盛唐시절에 이미 名篇으로 이름이 났다. 淸代에 와서 다시 神韻派의 추숭을 받았으며, <題破山寺後禪院>과 함께 常建의 대표작이 되었다.
상건과 王昌齡은 開元 15년(727)에 함께 進士科에 급제한 宦友(환우: 벼슬 친구)이자 친한 친구사이였다. 그러나 出仕이후의 행적은 서로 매우 달랐다. 상건은 盱眙尉(우이위)를 지냈을 뿐 그 후에는 곧 벼슬에서 물러나 武昌 樊山에 歸隱하였으니, 여기가 곧 西山이다. 왕창령은 벼슬길이 험난하기는 했으나 물러나 은거하지는 않았다. <宿王昌齡隱居>라고 제목을 붙인 것은, 王昌齡이 出仕하기 이전에 은거했던 곳을 가리키며, 또한 이 시를 지을 당시에는 왕창령이 그곳에 없었음을 말한다.
왕창령이 과거에 급제한 때에는 그의 나이 37세 즈음이었다. 그 전에 그는 일찍이 石門山에 은거하였다. 이 산은 지금의 安徽省 含山縣 경내에 있는데, 바로 이 시에서 말하고 있는 ‘淸溪’가 있는 곳이다. 상건이 직임을 맡았던 ‘盱眙’는 지금의 江蘇省 우이인데, 석문산과는 淮河를 중심으로 남북으로 나뉘어져 있다. 상건은 벼슬을 사직하고 무창 번산으로 돌아갈 때 아마도 회하를 건너 멀지 않은 길로 우회하였을 것이다. 도중에 근처 석문산을 들러 유람을 하고, 왕창령이 은거했던 곳에서 하룻밤을 머물며 이 시를 쓴 것으로 보인다.
淸溪 · 孤雲 · 松 · 淸光 등은 왕창령이 隱者의 고결함을 지녔음을 암시한다. ‘
이 시는 景을 쓰며 感懷한 詩이다. 앞의 두 句는 王昌齡의 隱居하는 곳을 썼는데, 이는 맑은 시냇물이 깊은 곳에 있어 다만 외로운 구름과 서로 짝한다고 하여 隱者의 담박한 생활과 잘 조화시키고 있다. 이어서 네 句는 밤에 자면서 본 아름다운 경치를 썼는데, 松際露微月,清光猶為君。’두 句는, 王維의 <竹里館>시 가운데 ‘숲 깊어 아는 이 없으니, 밝은 달만 와서 비추네. [林心人不地 明月來相照]’와 意境이 매우 비슷하다. ‘茅亭宿花影,藥院滋苔紋’은 對仗으로 景을그려낸 것이니, 정자에 꽃 그림자만이 자고 있음은 꽃을 감상할 주인이 없기 때문이며, 藥園에 이끼가 불어나 있음은 약초밭을 가꾸고 다듬어야할 주인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 두 句 는 모두 왕창령이 오래전에 그곳을 떠났음을 절묘하게 암시하는 바, 특히 ‘宿’과 ‘滋’는 詩眼이라 할 수 있다. 이른바 詩眼이란 詩句 가운데(中間) 쓰인 글자가 가장 工巧롭게 쓰인 글자를 말한다. 끝 두 句 는 하룻밤 자고 난 후 본 큰 아름다운 경치로 말미암아 또한 같이 은거하고자 하는 생각을 썼다.
※ 神韻派(신운파) 淸나라 王士禎이 주창한 時派로서, 그 연원은 唐代의 왕유, 이기, 유장경, 한굉 등의 詩趣에서 찾을 수 있다. 平靜 · 沖淡 · 淸遠 · 雋永의 품격을 이상으로 삼았다.
[韻律]
首句는 平平平仄仄으로 律에 맞는데, 對句 ‘隱處唯孤雲’는 律에 맞지 않는다.‘茅亭宿花影,藥院滋苔紋’는 對仗句가 된다. 시 전체에 上平聲 十二韻인 文韻인 雲 · 君 · 紋 ·群의 韻脚을 사용했다.
[全唐詩]
卷144_5 《宿王昌齡隱居》常建
清溪深不測,隱處唯孤雲。松際露微月,清光猶為君。
茅亭宿花影,藥院滋苔紋。余亦謝時去,西山鸞鶴群。
왕창령의 은거에서 자며
맑은 시냇물
깊이를 헤아릴 수 없고
그대 은거하는 곳엔
외로운구름 한 조각.
소나무엔
초승달
맑은 달빛이
그대를 위하는 듯.
띠집 정자 가엔
꽃그림자 머무르고
약초밭 사이엔
이끼가 자란다.
나 또한
세상살이 버리고 떠나
그대처럼
서산에서 난학과 살고지고.
[平仄]
清溪深不測(청계심불측) ○○○●●(平平平去去) 清qīng 溪xī 深shēn 不bù 測cè,
隱處唯孤雲(은처유고운) ●●○○◎(上去平平平) 隱yǐn 處chù 唯wéi 孤gū 雲yún。
松際露微月(송제로미월) ○○●○●(平平去平入) 松sōng 際jì 露lòu 微wēi 月yuè,
清光猶為君(청광유위군) ○○○●◎(平平平去平) 清qīng 光guāng 猶yóu 為wèi 君jūn。
茅亭宿花影(모정숙화영) ○○●○●(平平入平上) 茅máo 亭tíng 宿sù̀ 花huā 影yǐng,
藥院滋苔紋(약원자태문) ●●○○◎(入去平平平) 藥yào 院yuàn 滋zī 苔tái 紋wén。
余亦謝時去(여역사시거) ○●●○●(平入去平去) 余yú 亦yì 謝xiè 時shí 去qù,
西山鸞鶴群(서산란학군) ○○○●◎(平平平入平) 西xī 山shān 鸞luán 鶴he 群qún。
[直譯 및 文章構造]
淸(형:관) | 溪(명:주어) | 深(동:술어) | 不(부:부) | 測(형:술어) |
맑을 청 | 시내 계 | 깊을 심 | 아니 불 | 헤아릴 측 |
① 淸溪深不測(청계심불측) 맑은 냇물은 깊은데, (얼마나 깊은 지)헤아릴 수 없고 | ||||
隱(동:관) | 處(명:주어) | 惟(동:술어) | 孤(형:관) | 雲(명:목적어) |
숨길 은 | 곳 처 | ~뿐이다 유 | 외로울 고 | 구름 운 |
② 隱處唯孤雲(은처유고운) 은거지에는 오로지 외로운 구름 뿐이네. | ||||
松(명:관) | 際(명:주어) | 露(동:술어) | 微(형:관) | 月(명;보어) |
소나무 송 | 가장자리 제 | 내밀 로 | 적을 미 | 달 월 |
③ 松際露微月(송제로미월) 소나무 가장자리에 적은 달(眉月, 微月, 初月: 초생달)이 내밀고 | ||||
淸(형:관) | 光(명:주어) | 猶(부:부) | 爲(동:술어) | 君(대:목적어) |
맑을 청 | 빛 광 | 오히려 유 | 위할 위 | 그대 군 |
④ 淸光猶爲君(청광유위군) 밝은 빛은 오히려 그대를 위하네. | ||||
茅(명:관) | 亭(명:주어) | 宿(동:술어) | 花(명:관) | 影(명:목적어) |
띠 모 | 정자 정 | 잘 숙 | 꽃 화 | 그림자 영 |
⑤ 茅亭宿花影(모정숙화영) 띠로 만등 지붕에는 꽃 그림자가 자고 | ||||
藥(명:관) | 院(명:주어) | 滋(동:술어) | 苔(명:관) | 紋(명:목적어) |
약초 약 | 집 원 | 불을 자 | 이끼 태 | 무늬 문 |
⑥ 藥院滋苔紋(약원자태문)약초(작약)를 심은 집(집의 정원)은 이끼(이끼무늬)로 불어났네. | ||||
余(대:주어) | 亦(부:부) | 謝(동:술어) | 時(명:보어) | 去(동:술어) |
나 여 | 또 역 | 물러날 사 | 때 시 | 갈 거 |
⑦ 余亦謝時去(여역사시거) 나 또한 때를 봐서 물러날 때는 | ||||
西(방:관) | 山(명:관) | 鸞(명: 보어) | 鶴(명:보어) | 群(명:보어) |
서쪽 서 | 산 산 | 난새 난 | 두루미 학 | 무리 군 |
⑧ 西山鸞鶴群(서산란학군) 서산의 난새와 학의 무리 속으로 갈 꺼다. | ||||
淸溪深不測(청계심불측) 개울 물 너무 깊어 깊이를 잴 수 없고 隱處唯孤雲(은처유고운) 세상 피한 이곳은 오직 구름 뿐 松際露微月(송제로미월) 소나무 높은 끝에 희미한 달빛 淸光猶爲君(청광유위군) 그 맑은 빛은 오히려 그대를 위한 것 茅亭宿花影(모정숙화영) 정자에는 은은한 꽃 그림자 머물고 藥院滋苔紋(약원자태문) 작약 밭에는 이끼 자욱 짙어 지네 余亦謝時去(여역사시거) 나 또한 다 버리고 떠나와 西山鸞鶴群(서산란학군) 서산에서 난새와 두루미들 벗하며 살고 싶어라 |
[集評]
○ 建詩 似初發通莊 却尋野徑百里之外 方歸大道 所以其旨遠 其興僻 佳句輒來 唯論意表 至如松際露微月,清光猶為君 又山光悅鳥性 潭影空人心 此例十數句 竝可稱警策- 唐 殷璠 ≪河嶽英靈集≫ 卷 上
[건시 사초발통장 각심야경백리지외 방귀대도 소이기지원 기흥벽 가구첩래 유론의표 지여송제로미월,청광유위군 우산광열조성 담영공인심 차례십수구 병가칭경책] - 唐 은번 ≪하악영령집≫ 卷 上
常建의 詩는 처음에는 도읍의 대로에서 출발하여 백리 밖 들판의 작은 길을 찾은 뒤에 大路로 돌아오는 것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詩의 主旨는 심원하나 興은 偏僻되며, 佳句가 나올 때에는 주로 意表를 論하였다. ‘소나무 끝 초승달 드러나니, 맑은 빛은 그대 위해 비추는 듯[松際露微月,清光猶為君]’이나 ‘산빛 새의 本性 기쁘게 하고, 못 그림자 사람의 마음 텅 비게 한다.[山光悅鳥性 潭影空人心]와 같은 몇 구절에 대해서는 모두 警策이라 칭할 만하다.
○ 情景沈冥 不類看色 – 宋 劉會孟 ≪唐詩廣選≫卷 一
[정경심명 부류간색] – 宋 유회맹 ≪당시광선≫卷 一
情景이 깊고 그윽하여 (인공의) 색을 입힌 류가 아니다.
【참고 도서】
唐詩三百首詳析<대만 : 中華書局 편집부, 1955>,
唐詩三百首詳析<북경 : 中華書局 喩守眞 편저, 2008>,
唐詩三百首<傳統文化硏究會 송재소 외 5인 역주, 2012>,
唐詩三百首<啓明大學 出版部 구섭우 편저, 安秉烈 譯,2005>,
唐詩三百首<동서문화사 林東錫, 孫洙編 釋註 2010>,
<2016. 04. 18. 孤松筆>
'**(3) 중국한시교실 > ---古詩(5언고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026)賊退示官吏幷序(적퇴시관리병서) -도적이 물러간 뒤 관리에게 보이노라-- (元結원결) : 5언 고시 (0) | 2019.06.26 |
---|---|
(025)與高適薛據同登慈恩寺浮圖(여고괄설거등자은사부도)고적 설거와 더불어 자은사 부도에 오르다 - (岑參잠삼) : 5언 고시 (0) | 2019.06.10 |
(023)春泛若耶溪(춘범약야계)봄날 약야계에 배 띄우고- (綦毋潜 기무잠): 5언 고시 (0) | 2019.05.28 |
(022) 尋西山隱者不遇(심서산은자불우)서산의 은자를 만나지 못함 - (邱爲 구위) : 5언 고시 (0) | 2019.05.28 |
(021)同從弟南齋玩月憶山陰崔少府(동종제남재완월억산음최소부) - (王昌齡 왕창령)) : 5언 고시 (0) | 2019.05.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