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次兒輩韻還示·차아배운환시)
―홍인모(洪仁謨·1755~1812)
中宵時靜坐(중소시정좌)
不愧對明燈(불괴대명등)
身喜今猶古(신희금유고)
胸空火與氷(흉공화여빙)
此關有誰透(차관유수투)
彼岸無人登(피안무인등)
進學同升塔(진학동승탑)
終須到上層(종수도상층)
아이들에게
한밤에 때때로 조용히 앉아
등불을 마주해도 부끄럽지 말아야지
몸이 즐거우면 지금이 옛 태평성대고
마음을 비우면 불길도 얼음처럼 식는다.
첫 관문을 열고 간 이 누구일까
저 높은 언덕에 오르려는 자 없구나.
배움이란 탑을 오르기와 같나니
끝내는 꼭대기로 올라가야지
아들딸이 시를 지어 부모에게 보여주자 부모가 다시 똑같은 형식으로 시를 지어 아들딸에게 주었다.
조선 정조·순조 때의 문신 홍인모와 그 아내, 그리고 자녀들의 모습이다. 요즘에는 상상하기 힘든 가정의 풍경이다. 부부가 자녀들과 시를 지어 주고받고 돌려보는 일은 옛날에도 드물었는데 홍인모 집안은 가족 간에 주고받은 시의 비율이 유독 월등하다.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를 시로 썼다.
몸은 건강하게, 마음은 욕심으로 채우지 말고 비워라!
욕망에 집착하는 관문(關門)을 열어젖히고 높은 이상의 피안(彼岸)으로 가라!
말은 짧으나 여운은 길게 남는 가르침이다.
시(詩)로 하는 훈계는 지금 읽어도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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