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夢李白二首之二(몽리백이수지이) 꿈에서 이백을 만나다 (2수) -두보(杜甫)

착한 인생 2018. 12. 17. 12:51

 

 

 

夢李白二首之二(몽리백이수지이)

꿈에서 이백을 만나다 (2) -두보(杜甫)

 

 

浮雲終日行(부운종일행): 뜬 구름만 종일토록 떠다니고,

遊子久不至(유자구불지) 길 떠난 사람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네.

三夜頻夢君(삼야빈몽군) 사흘 밤을 자주 그대 꿈꾸니

情親見君意(정친견군의) 정이 깊은 그대 맘 알 수 있겠네.

告歸常局促(고귀상국촉) 돌아갈 때면 언제나 풀이 죽어

苦道來不易(고도내불이) 다시 오기는 어렵다 거듭 말했네.

江湖多風波(강호다풍파) 강호엔 풍파가 많으니

舟楫恐失墜(주즙공실추) 배 젓는 노 떨어뜨릴까 두렵다 했네..

出門搔白首(출문소백수) 문을 나서며 흰머리를 긁는 폼이

負平生志(약부평생지) 마치 평생 품었던 뜻을 잃은 듯.

冠蓋滿京華(관개만경화) 서울엔 호화롭게 사는 이들 가득하거늘

斯人獨憔悴(사인독초췌) 그대만이 홀로 수척하구나.

網恢恢(숙운망회회) 누가 말했나? 하늘의 뜻은 빈틈이 없다고

將老身反累(장로신반루) 늘그막에 그대는 오히려 화를 입었으니.

千秋萬歲名(천추만세명) 이름은 천만년 후까지 길이 남겠지만,

寂寞身後事(적막신후사) 죽은 뒤의 일일 테니 허무하기 그지없어라.

 

 

뜬 구름은

하루 종일 유유히 흘러가고 있는데,

夜郞으로

쫓겨 간 그대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사흘 밤

연이어 그대가 꿈속에 찾아오니,

다정한

그대의 마음을 이제야 알겠네.

그대가

이별을 고할 때는

늘 무엇에라도 쫓기는 듯

허둥대며

다시는

만나기 힘들 것이라

괴롭게 말했지.

 

 

강호의 세계에는

풍파가 많기에

배가 뒤집힐까 두려워

그런 말을 했던 것일까,

문을 나서며

흰 머리를

긁적이던 모습은

마치

평생의

포부를 잃은 듯하였다.

 

 

고관대작들은

장안에 가득 차 있건만,

그대만이

뜻을 잃고

초췌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

 

 

하늘의 이치는

성긴 그물과 같지만

선악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살핀다고

누가 말했던가.

그런데

늙은이 신세에

그 그물에 걸리다니.

 

 

천추만대에

길이

명성을 남긴들

우리가

죽어

사라진 뒤의 일이겠지.

  

 

 

 

두보와 이백은 천보3(743) 낙양에서 잠시 조우한 적이 있는데, 사흘 밤을 연이어 꿈에서 보았다는 것은 지기로서의 깊은 정의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어서 이별을 고하는 이백의 침울한 모습과 이백이 고초를 당하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비애와 울분이 표출되어 있다.

이 시의 해석에는 몇 가지 다른 이견이 있다. ‘

강호다풍파(江湖多風波), 주즙공실추(舟楫恐失墜)는 이백의 말을 직접 인용한 것으로 보기도 하고, ‘출문소백수(出門搔白首부평생지(負平生志)는 이백이 아닌 두보의 모습을 형용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 시의 主旨는 꿈을 그린 것인데, 꿈에 이백이 와서 두보에게 보인 정경을 나타내었다.

 

는 모두 3으로 나누어지는데,

 

앞의 은 연이어 꿈에 이백을 보고 말을 일으켜, ‘부운종일행(浮雲終日行)起興기흥을 삼았다.

다음 은 꿈에 이백이 하직을 고하고 돌아가는 정경을 나타내었고,

3은 이백이 불우함을 만난 것을 아파하면서 아울러 깊이 불평한 뜻을 표시하였다.

 

九兆鰲(구조오)杜詩詳註두시상주에서 일찌기 이 두 수의 시에 대하여 비교를 했는데,

 

이것은 자주 꿈을 꾸면서 지은 까닭에 詩語가 한층 나아갔다. 앞에 말한 明我憶명아억은 이백이 두보를 앎이요, 여기서 말한 見君意견군의는 두보가 이백을 아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波浪파랑’,‘蛟龍교룡은 두보가 이백을 걱정함이고, 여기서 말한 江湖강호’,‘舟楫주즙은 이백이 또한 스스로 걱정함이다. 앞의 에서 꿈을 말하는 곳에는 疑詞의사를 많이 썼는데, 에서는 꿈을 말한 곳에서는 완연히 목격하는 것 같다.”고 하였다. 이 두 수 <夢李白몽이백>은 순연하여 至情지정 至性지성의 表白표백으로서, 족히 벗 사이 정의의 진지함을 보여준다.

 

 

[주석]

浮雲(부운) : 뜬 구름. 고시(古詩)뜬구름이 밝은 해를 가리니, 가신 임 돌아오실 생각을 않네.浮雲蔽白日 遊子不顧返이란 표현을 빈 것이다. 구름은 간신배를 비유한 것이고, 해는 임금을 비유한 것이다.

() :빈번함. 자주 나타남.

局促(국촉) : 총총히 재촉함. 마음이 불안하고 급박한 모습을 뜻함. “告歸常局促(고귀상국촉)”은 꿈속에서 늘 李白이 총총히 하직을 재촉해서 고하고 돌아감을 가리킨다.

苦道(고도) : 괴로운 듯이 말하다. 또는 괴롭게 거듭 말하다. 再三의 뜻. 의 의미로 쓰였다.

舟楫(주즙) : 배의 노. ‘즙 또는 집으로 읽는다.

搔白首(소백수) : 백발의 머리를 긁음. 머리를 긁는 것은 번민을 드러내는 행위이다.

() : 저버림. 어긋남. 기대나 희망을 저버림. “負平生志(부평생지)”는 평생의 뜻이 어그러진 듯이 보인다는 뜻. 곧 실의한 것처럼 보인다는 뜻이다. ‘로 된 板本도 있다.

冠蓋(관개) : 冠冕(관면: 머리에 쓰는 관)華蓋(화개: 수레를 덮는 비단포장)를 의미. ‘은 고관대작의 모자. ‘는 고관의 화려한 수레 덮개. 즉 고관대작 또는 富貴한 사람들을 상징하는 것들이다.

京華(경화) ; 文物이 화려한 대도시. 여기서는 長安을 말한다.

斯人(사인) : 이 사람. ‘, 를 가리키는 지시대명사임. 李白을 가리킨다.

憔悴(초췌) : 형색이 마르고 곤고함. 근심으로 몰골이 파리해짐. ‘悴憔로 된 판본도 있다.

網恢恢(망회회) : 하늘의 이치는 광대하여 포용하지 못함이 없음. 老子(道德經73)天網恢恢, 疏而不失천망회회, 소이불실이라 함. 是非, 善惡 등은 하늘이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절대로 없음을 비유함. “ 하늘의 그물은 넓고 커서 성기면서도 놓치는 일은 없다.“

 

 

 

 

是魂是人是夢是眞 都覺恍惚無定 親情苦意 無不備極矣 死別已呑聲 生別當惻惻 便是千情萬恨 出門搔白首 若負平生志 彼此懷抱都盡 詩謂語不驚人死不休 是以境必抉奧語必窮徼 此子美擅長處 - 明 陸時雍 唐詩鏡-(시혼시인시몽시진 도각황홀무정 친정고의 무불비극의 사별이탄성 생별당측측 편시천정만한 출문소백수 약부평생지 피차회포도진 시위어불경인사불휴 시이경필결오어필궁요 차자미천장처 - 명 육시옹 당시경)

 

귀신인지 사람인지 꿈인지 사실인지, 모든 것이 황홀하여 정할 수가 없다. 친밀한 장감과 고통스러운 뜻이 갖추어지지 않음이 없이 지극하다. ‘死別已呑聲 生別當惻惻(사별이탄성 생별당측측)은 인간사의 모든 情恨정한이며, ‘出門搔白首 若負平生志(출문소백수 약부평생지)는 피차간의 회포를 다한 것이다. 시에서 詩語가 사람을 경동시키지 못한다면 죽어서도 쉬지 않으리라. [語不驚人死不休(어불경인사불휴)]’(<江上値水如海勢聊短述:강상치수여해세료단술>)라고 하였는데, 이 때문에 詩境시경은 반드시 奧秘오비를 파헤쳐야하고, 시어는 반드시 궁구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子美(자미: 두보의 자)의 뛰어남 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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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上値水如海勢聊短述 [강상치수여해세료단술: 강 위에서 바닷물 위세 같은 물을 만나 잠시 짧게 짓다’]-杜甫 詩

인생의 성공이란 과연 무엇일까? 이것처럼 답이 다양한 물음도 없을 것이지만 가장 소박하기로는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혹은 타고난 천성(天性)대로 사는 것일 것이다. 돈 벌이가 천성이면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성공이요, 명예욕이 천성이면, 높은 지위에 올라 이름을 날리는 것이 성공일 것이다. 그러나 보통 이러한 세속적인 성공은 결말이 허무하기 쉽다. 왜냐하면 사람이라면 물질과 외양만으로 충족시킬 수 없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정신적 공허함과 내면의 빈곤은 결코 돈과 명예로 치유될 수 없는 불치병이라고 할 수 있다. 글쓰기가 천성인 사람은 빈궁한 삶에도 글을 쓰는 것에서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의 시인 두보(杜甫)가 딱 그러했다. 

 

강 위에서(江上値水如海勢聊短述)

 

爲人性僻耽佳句(위인성벽탐가구) : 사람됨(爲人)이 편벽하여 좋은 글귀에 탐닉하니

語不驚人死不休(어부경인사부휴) : 말이 사람을 놀라게 하지 않으면 죽어도 그치지 않으리

老去詩篇渾漫與(노거시편혼만여) : 늙어 세월 가면서 시편엔 온통 흐트러진 생각 주어지고

春來花鳥莫深愁(춘내화조막심수) : 봄은 오지만 꽃과 새에도 근심이 깊어지지 않네.

新添水檻供垂釣(신첨수함공수조) : 새로 물 난간 보태지니 낚시 드리울 채비 갖추어졌고

故著浮槎替入舟(고저부사체입주) : 예부터 뗏목에 붙어서 배 타는 것을 대신했네.

焉得思如陶謝手(언득사여도사수) : 어떻게 하면 도연명과 사령운 솜씨와 같아져

令渠述作與同遊(령거술작여동유) : 글들로 하여금 그분들의 것과 더불어 노닐게 할 수 있을까?

 

시인은 본인의 타고난 성품이 외골수라고 스스로 진단을 내렸다. 무슨 일에 한번 빠지면 거기에 몰두해 다른 일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 그런 성품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이러한 외골수 시인이 빠진 것은 다름 아닌 훌륭한 글귀였다. 일필휘지(一筆揮之)로 단숨에 시를 완성했던 이백(李白)과는 달리 시인 두보(杜甫)는 퇴고(推敲)에 퇴고(推敲)를 거듭하고 나서야 비로소 시작(詩作)을 마치곤 했는데, 이는 가구(佳句)에 탐닉하는 성벽(性癖) 때문이었다.

그러면 시인이 더 이상 퇴고(推敲)가 필요 없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독자(讀者)의 반응이었다. 시인의 시를 읽은 사람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모습을 보아야만 비로소 퇴고(推敲)를 마치고 시를 완성했던 것이다. 비록 죽는다 하더라도 멈추지 않을 정도로 그 작업은 치열하고도 집요하였다. 이처럼 철두철미한 시작 태도를 지닌 시인도 나이를 피해갈 수는 없었는지, 늘그막에는 시작(詩作)의 집중력이 흐트러져, 새봄의 꽃과 새를 보고도 깊은 감흥이 일지 않았다. 그래서 강에 나가 새로 지은 난간에 기대어 낚시를 드리우기도 하고, 예부터 타던 뗏목을 배 대신 타기도 하면서 기분전환을 시도해보지만, 그래도 여전히 옛날 육조(六朝) 시대의 대시인이었던 도연명(陶淵明)과 사령운(謝靈運)의 경지에 이를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나이 들어서도 오로지 훌륭한 시작(詩作)만을 염두에 두고 있는 시인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사람마다 타고난 성벽(性癖)이 있다. 억지로 그것을 거스르기보다는, 순리대로 그것을 따라 사는 삶이 훨씬 더 만족스러울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에 몰두하면서 사는 인생이 세속적으로 크게 성공한 인생보다 울림을 주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할 것이다.<김태봉, 서원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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