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중국한시교실/ ---絶句(5언절구)

(244) 江雪(강설) 강에 내리는 눈 -柳 宗元(유종원;773-819) : 5언 절구

착한 인생 2020. 1. 8. 09:45


(244) 江雪(강설) 강에 내리는 눈 -柳 宗元(유종원;773-819) : 5언 절구

 

                   千山鳥飛絕(천산조비절) 온 산에 새는 날지 않고

                     萬徑人蹤滅(만경인종멸) 모든 길엔 사람 발길 끊어졌다.

                     孤舟簑笠翁(고주사립옹) 외로운 배에 삿갓 쓴 노인

                     獨釣寒江雪(독조한강설) 눈 내려 차가운 강에 홀로 낚시질 한다.

 

 

[註釋]

유종원[柳宗元] 전원시(田園詩)에 뛰어난 산시성(山西省) 출신의 문인이자 철학자로 자는 자후(子厚)이며, 나라 한유(韓愈) 나라 구양수(歐陽修) 소순(蘇洵) 소식(蘇軾) 소철(蘇轍) 증공9曾鞏) 왕안석(王安石)과 더불어 당송 8대가의 한 사람이다. 진사 시험을 거쳐 33세에 상서예부원외랑이 되었다. 그 해 정월 덕종이 죽자 순종이 즉위하고, 유우석 등과 함께 왕숙문, 왕비 등의 정치개혁운동에 가담했다. 그 운동은 환관이나 그들을 이용하는 귀족의 세력을 누르고 쇄신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급격한 정치개혁운동은 성공하지 못했고, 8월에 순종 재위에 수반되어 개혁파는 모두 물러나고, 유종원은 영주사마(永州司馬)로 좌천되었다. 이후 다시는 중앙에 돌아오지 못하고, 43세 때에는 유주자사(柳州刺史)로 옮겨져 47세로 그 곳에서 죽었다. 유종원은 봉건사회 구조를 의문시한 합리주의자였다. 그의 봉건론封建論이라는 제목의 글은 유명하다. 그는 합리주의 정신을 알기 쉽게 제시하고자 우화 성격을 띠는 기법을 사용한 산문을 즐겨 썼다. 그의 글은 한유(韓愈)의 글에서 보는 듯한 원리론에서부터 서술을 진행하는 이론상 장점은 없으나 세상이나 사람의 바람직한 자세를 주제로 한 비판정신을 늘 내포한다. 지방관리로 좌천된 이후 산수를 제재로 한 시를 지어 자신을 위로했다. 시인으로서는 왕유, 맹호연, 위응물과 함께 ···라고 칭해졌다.

萬徑人蹤滅[만경인종멸] 은 길이고, ‘은 발자취이다. 全句는 도처에 눈이 덮혀 사람의 자취가 없다는 말이다

 

蓑笠翁[사립옹] 도롱이를 입고 삿갓을 쓴 늙은이를 말한다.


[通譯]

    눈이 덮인 모든 산에는 새 한 마리도 날지 않고, 온갖 길에는 사람 하나 다니지 않는다. 외로운 배에 삿갓 쓴 늙은 어부가 눈 내리는 차가운 강 위에서 홀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解題 作法分析]

    이 柳宗元永州로 폄적되었을 때 지은 작품이다. 눈이 끊임없이 내려 천지가 눈으로 뒤덮인 강가의 雪景을 황량하고 적막하게 그려내었고, 이러한 풍경에 홀로 낚시하는 노인을 통해 외로움과 쓸쓸한 의경을 나타내었다. 孤節의 경계를 가졌다 하겠다. 이 모두가 한 폭의 그림처럼 묘사되었는데, 이러한 繪畫性은 유종원 의 한 특징이기도 하다. 유종원의 古文淸新하고 峭抜(초발)한데 그의 시도 또한 이와 같다. 왕유와 유종원의 시는 이 방면의 표현에 있어서는 가장 성공하였다. 이 시를 읽으면 완연한 한 폭의 청신하고 속세를 떠난 그림이 현재 우리들의 앞에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1 · 2는 눈으로 뒤덮인 세상을 묘사하여 을 암시하고, 3는 강 위의 모습을 통해 자를 암시하며, 4에 이르러 제목의 江雪을 적시하였다. 1 · 2이 온 산과 온 길의 적막한 모습과 의경을 보여준 데 이어서 3 · 4에서 으로 시인의 고고함과 아울러 적막한 정회를 표현하였다. 이는 당시 폄적당한 시인의 처지를 반영하는 것으로 읽히기도 한다.

李珥精言妙選<貞字集> 오언절구에 選集되어 있다.

 

[韻律]

    이 拗絶이다. 首句 千山鳥飛絕平平仄平仄으로 되어 單拗이다. 3· 4 兩字平仄이 서로 바뀌었는데, 이는 本句自救ML 현상이다. 3· 4 兩句 平仄이 서로 바뀌어 失黏 · 失對의 현상이다. 入聲 九韻屑韻을 사용하였는데 韻脚· · 이다.

 

1.律絶(율절) : 平仄平起格 혹은 仄起格定式하는 絶句인데 또한 今絶이라 칭한다.

2.樂府絶(악부절) : 본디 음악에 들어가는 것을 주로 삼아서 歌行體에 속하는 絶句이다. 唐人들의 新樂 府 가운데는 律詩의 영향을 받아서 대체로 平仄에 맞는다.

3.古絶(고절) :平仄造化시키지 않은 四句詩이다. 古詩와 서로 같다.

4.拗絶(요절) : 律絶古絶을 섞어 써서()를 강구하지 않은 絶句이다.

 

 

[全唐詩]

352_55 江雪柳宗元

千山鳥飛絕萬徑人蹤滅孤舟蓑笠翁獨釣寒江雪

   

244. 강설(江雪)-유종원(柳宗元;773-819)

강에는 눈만 내리고

 

온 산엔

새 한 마리 날지 않고

온 길엔

사람 하나 자취 없다.

 

외로운 배엔

도롱이에 삿갓 쓴 늙은이

눈 내린 차가운 강 위에서

홀로 낚시질한다.

[平仄]

千山鳥飛絕(천산조비절)○○●○⊙(평평상평입) qiān shān niǎo,diǎo fēi jué

                     →○○○●

萬徑人蹤滅(만경인종멸)●●○○(거거평평입) wàn,mò jìng rén zōng miè

                              →●●○○

孤舟簑笠翁(고주사립옹)○○○●○(평평평거평) gū zhōu suō wēng

                              →●●●○○

獨釣寒江雪(독조한강설)●●○○(입거평평입) dú diào hán jiāng xuě

                              →○○○●

 

   이 는 평기식, 측성운을 사용하였으므로, 定式< . 平起格仄聲韻定式 平平仄仄, 仄平平仄, 仄仄平平, 平平仄仄>의 형식이다.

 

單拗[단요] 원래의 형식은 ○○○●●이다. 이 형식에 한해서만 ○○●○●으로 변경해도 무방하다고 암묵적으로 인정들하고 있다. 두보의 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二四不同에 위배된다. 2자와 제4자는 성조가 같아서는 아니 된다. 따라서 제4자를 건드렸기 때문에 반드시 구해야 한다. 그래서 제3자를 측성으로 한 것이다. 本句에서 구했기 때문에 本句自救이기도 한다. 물론 대구에서 구하는 對句相救도 가능하다. 평성이 측성에 끼었다고 해서 挾平格이라고도 한다.

[韻律] 에서 首句單拗(협평격)라 언급하였는데, 그렇다면 ○○○●◉○○●○◉으로 작시한 셈이므로 이 에 맞는다. 그래서 제2와 평측상 對仗이 된다고 볼 수 있다. 품사로 볼 때는 제1구는 양사+명사+명사+동사+동사, 2구는 양사+명사+명사+명사+동사라고 보면 가 되지를 못한다. 그런데 鳥飛絶을 분석해 볼 때 새가 + 날다 + 끊어지다인데, 문맥상으로 이해하자면 새가 +나는 것이+끊어지다로 봐야 한다. 따라서 (동사)’의 주체는 새가 날다라는 주어절이다. 2구의 人踪滅 또한 주어절(人踪) + (동사)이다. 따라서 문장 구성상 兩句가 양사 +명사 +주어절+동사가 되므로 제1구와 제2구는 對仗이 된다고 달리 말할 수도 있겠다.

3구와 제4구도 마찬가지로 부사 + 명사 + 관형절 + 명사對仗이다. 3 · 4가 비록 失黏 · 失對의 현상이지만 평측은 율에 맞아 의미상, 평측상 가 된다.

이 시는 합벽대이면서 연벽대로 이루어진 이다.

합벽대(合壁對): 짝을 이루는 두 구절에서, 서로 글자의 뜻이 대()가 되고, 품사도 같고 평측도 같아야 한다

이 시(江雪)는 마주보는 글자끼리 의미, 품사, 평측이 짝을 이룬다

연벽대(連璧對): 서로 대가 되는 시련(詩聯)이 연속된 것으로 합벽대(合壁對)가 두 개 연속된 것이다.

위에서 1,2구가 하나의 합벽대를 이루고 3,4구가 또 하나의 합벽대를 이루어 합벽대 둘이 연속되어있다

 

. 仄起格平聲韻定式 仄平平仄, 平平仄平, 平平仄仄, 仄仄平平 (首句을 쓰면 응당 仄仄仄平平이 되어야 한다.)

. 平起格平聲韻定式 平平仄仄, 仄仄平平, 仄平平仄, 平平仄平, (首句을 쓰면 응당 平平仄仄平이 되어야 한다.)

. 仄起格仄聲韻定式 仄平平仄, 平平仄仄, 平平仄平 仄平平仄

. 平起格仄聲韻定式 平平仄仄, 仄平平仄, 仄仄平平, 平平仄仄

 

[直譯 文章構造]

(:)

(:)

(:주어)

(:술어)

(:술어)

일천 천

뫼 산

새 조

날 비

끊을 절

千山鳥飛絕(천산조비절) 일천 산의 새 나는 것(주어절)이 끊겨졌고

(:)

(:)

(:)

(:주어)

(:술어)

일만 만

지름길 경

사람 인

자취 종

멸망할 멸

萬徑人蹤滅(만경인종멸) 일만 갈래 길가의 사람이 걸어간 자욱(주어절)이 없어졌네.

(:)

(:)

(:)

(:)

(:주어)

외로울 고

배 주

도롱이 사

우리 립

늙은이 옹

孤舟簑笠翁(고주사립옹) 외로운 배의 도롱이 삿갓 쓴 늙은이는

(:)

(:술어)

(:)

(:)

(:보어)

홀로 독

낚시할 조

찰 한

강 강

눈 설

④ 獨釣寒江雪(독조한강설)홀로 차가운 강 눈 속에서 낚시를 하네.

千山鳥飛絕(천산조비절)온 산에 새 한 마리 날지 않고

萬徑人蹤滅(만경인종멸) 온 길에 사람 자취 하나 없다.

孤舟簑笠翁(고주사립옹) 외로운 배엔 도롱이에 삿갓 쓴 늙은이

獨釣寒江雪(독조한강설) 눈 내린 차가운 강에서 홀로 낚시하네.

 

[集評]

卒乃指格 : 若見千山鳥飛絕 萬徑人蹤滅 孤舟蓑笠翁 獨釣寒十八字 未知此何景也 及見下着江雪 然後乃知爲江雪矣- 朝鮮 申景濬, 旅菴遺稿8, <雜著· 詩格>

졸내지격 : 약견천산조비절 만경인종멸 고주사립옹 독조한십팔자 미지차하경야 급견하착강설 연후내지위강설의 - 조선 신경준, 여암유고8, <잡저· 시격>

 

졸내지격 : ‘千山鳥飛絕 萬徑人蹤滅 孤舟蓑笠翁 獨釣寒’18자를 보면, 이것이 어떤 풍경인지 알 수 없다. 아래의 江雪두 자를 보고 난 뒤라야 강 위에 눈이 내린 것임을 알 수 있다.

卒乃指格 : 이 말은 申景濬造語시 끝에 가서야 비로소 대상을 지칭하는 방식정도의뜻으로 쓴 말로 보인다.

 

江雪卒乃指格을 했지만, 견해를 달리 해본다. ‘한 자로만 전체의 의문을 풀어준다고 본다. 1왜 무엇 때문에 새가 날지 않는지알 수가 없고, 2구가 어떤 이유로 사람의 종적이 끊겼는지모르고, 3구의 노인은 왜 도롱이를 쓰고 있을까?’비가 와서인가, ·4왜 차가운 강인가추워서인가? 만으로는 전체의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마지막 한 글자만으로 모든 것이 완연히 나타나니이 화룡점정이 아닌가 한다. 이 시에 대신 를 대신한다면 어떠할까?

 

洪駒父詩話云 東坡言 鄭谷詩江上晩來堪畵處 漁人披得一蓑歸此村學中詩也 子厚云 千山鳥飛絕 萬徑人蹤滅 孤舟蓑笠翁 獨釣寒江雪 信有格也哉 殆天所賦 不可及也 - 宋 胡仔 苕溪漁隱叢話全集19

홍구부시화운 동파언 정곡시강상만래감화처 어인피득일사귀차촌학중시야 자후운 천산조비절 만경인종멸 고주사립옹 독조한강설 신유격야재 태천소부 불가급야 - 송 호자 초계어은총화전집19

 

洪駒父詩話에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東坡(소식)鄭谷강가 저물녘그림 그리기 좋은 곳에 , 어부는 도롱이 하나 걸치고 돌아온다.[江上晩來堪畵處 漁人披得一蓑歸]’(<雪中偶題>)에 대해서는 村學究(학력이 좁고 고루한 사람의 비유)의 시라 하였고, 자후(유종원)의 시 ‘[千山鳥飛絕 萬徑人蹤滅 孤舟蓑笠翁 獨釣寒江雪]’에 대해서는 참으로 격이 있는 작품으로 대개 하늘이 부여하여 미칠 수 없는 경지라고 하였다.”

 

唐人五言四句 除柳子厚釣雪一詩之外 極少佳者 - 宋 范晞文 對床夜話4

당인오언사구 제유자후조설일시지외 극소가자 - 송 범희문 대상야화4

 

당나라 사람의 오언절구는 유종원의 <조설> 한 수를 제외하고는 아름다운 것이 극히 적다.

 

絶唱 雪景如在目前 - 明 顧璘 評點唐詩正音

절창 설경여재목전 - 명 고린 평점당시정음

 

절창이다. 절경이 눈앞에 펼쳐진 듯하다.

 

千山鳥飛絕二十字 骨力豪上 句格天成 - 淸 胡應麟 詩藪

천산조비절이십자 골력호상 구격천성 - 청 호응린 시수

 

千山鳥飛絕이십 자는 골력이 호방하고 구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此等作眞是詩中有畵 不必更作寒江獨釣圖也 - 淸 黃生 唐詩摘抄

차등작진시시중유화 불필갱작한강독조도야 - 청 황생 당시적초

 

이러한 작품은 참으로 詩中有畵이니, 다시 <한강도조도>를 그릴 필요가 없다.

 

不霑着雪字 而確是雪景 可稱空靈 句末一點便足 阮亭論前人雪詩 於此詩尙有遺感 甚矣詩之難也- 淸 李鍈 詩法易簡錄卷13 五言絶句 附六言絶句

불점착설자 이확시설경 가칭공령 구말일점편족 완정론전인설시 어차시상유유감 심의시지난야 - 청 이영 시법역간록권13 오언절구 부육언절구

 

(앞의 두 구는 ) ‘자를 붙이지 않아도 분명 雪景이니 空靈하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 구에 한 번 쓴 것으로 족하다. 阮亭(王士禎)前人들의 雪詩를 논하면서, 이 시에 대해 도리어 유감이 있다고 하였다. 란 이렇게 어려운 것이다.

 

二十字可作二十層 却自一片 故奇 - 淸 孫洙 唐詩三百首

이십자가작이십층 각자일편 고기 - 청 손수 당시삼백수

 

20자가 20층을 만들면서도 저절로 한편이 되었기 때문에 기이하다.

 

祖詠終南陰嶺秀一絶 阮亭最小心賞 然不免幾味凡近 柳子厚千山鳥飛絶一絶 筆意生峭 遠勝祖永之平 而阮翁反有未微辭 謂未免近俗 殆以人口熟誦而生厭心 非公論也 - 淸 朱庭珍 筱遠詩話

조영종남음령수일절 완정최소심상 연불면기미범근 류자후천산조비절일절 필의생초 원승조영지평 이완옹반유미미사 위미면근속 태이인구숙송이생염심 비공론야 - 청 주정진 소원시화

 

祖詠終南陰嶺秀절구는 완정(왕사정)의 마음으로 가장 높이 친 작품이지만 氣味가 평범함을 면치 못하였고, 유자후(유종원)千 山鳥飛絶절구는 筆意가 생동하고 높아 조영의 평범함보다 훨씬 띠어나지만 완정은 도리어 은근히 비판하였으니 속됨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여긴 것이다. 사람들의 입에 너무 익숙하여 싫증이 난 것이니, 공정한 의론이 아니다.

 

淸峭已絶 王阮亭尙書獨貶此詩 何也 - 淸 沈德潛 唐詩別裁集13

청초이절 왕완정상서독폄차시 하야 - 청 침덕잠 당시별재집13

 

맑고 높아 이미 절창인데, 왕완정 상서만이 이 시를 폄하하였으니 어째서인가?

 

江寒而魚伏 豈釣之可得 彼老翁獨何爲隱坐孤舟雪中乎 世態寒凉 宦情孤冷 如釣寒江之漁 終無所得 子厚以自寓也 - 淸 王堯衢 古唐詩合解4

강한이어복 기조지가득 피노옹독하위은좌고주설중호 세태한량 환정고랭 여조한강지어 종무소득 자후이자우야 - 청 왕요구 고당시합해4

 

강이 차면 물고기는 숨으니 어찌 낚시하여 잡을 수 있겠는가?저 노인은 홀로 어찌하여 눈바람 속에서 외딴 배에 평온히 앉아 있는가? 세태도 싸늘하고 벼슬에 대한 마음도 식어, 마치 찬 강에서 낚시하는 어부가 끝내 얻는 바가 없는 것과 같으니, 자후(유종원)이 스스로를 寓意한 것이다.

 

雪大則鳥斷飛人絶跡 獨此簑笠老翁 猶掉孤舟而釣寒江之雪 其高曠爲何如耶 子厚遠謫江湖 宦情冷淡 因擧此以自況云 - 淸 王文濡 唐詩評注獨本

설대칙조단비인절적 독차사립노옹 유도고주이조한강지기고광위하여야 자후원적강호 환정냉담 인거차이자황운 - 청 왕문유 당시평주독본

 

눈이 많이 내리면 새가 날아가는 것도 끊기고 사람의 자취도 사라진다. 이 도롱이를 입고 삿갓을 쓴 노인만이 그래도 외딴 배를 저어 눈 내리는 찬 강에서 낚시질하니 그 높고 탁 트인 기상이 어떠한가? 자후가 강호에 멀리 폄직되어 벼슬에 대한 뜻이 식어서, 이것으로 자신의 처지를 비유한 것이라 한다.

 

空江風雪中 遠望則鳥飛不到 近觀則四無人踪 而獨有扁舟漁父 一竿在手 悠然于嚴風盛雪間 基天懷之淡定 風趣之靜峭 子厚而短歌 爲之寫照 子和漁父詞所未道之境也- 現代 兪陛雲 詩境淺說

공강풍설중 원망칙조비불도 근관칙사무인종 이독유편주어부 일간재수 유연우엄풍성설기천회지담정 풍취지정초 자후이단가 위지사조 자화어부사소미도지경야 - 현대 유폐운 시경천설

 

눈바람이 부는 빈 강에서 멀리 바라보면 새도 날아 오지 않고, 가까이 보면 사방에 인적도 없다. 다만 홀로 작은 배를 탄 어부가 있어 낚싯대를 손에 쥐고 매서운 바람과 펑펑 내리는 눈 속에서 悠然하다. 천성에서 나오는 淡定風趣靜峭함을 자후는 절구로 그림을 그리듯 하였으니, 船子和尙<漁父詞>에서 말하지 못한 경지라 하겠다.

船子和尙 <漁父詞> : 원문은 子和漁父詞로 되어 있는데, 자화는 唐代高僧船子和尙을 지칭하는 듯하다. 선자화상은 배 한 척으로 화정 · 오강 · 주경 사이를 떠돌면서 도를 깨우쳤는데, 39수의 <漁父詞, 일명 漁父撥棹歌>가 전한다. 이 작품들은 모두 속세를 초탈한 뜻을 지닌다.

 

此詩獨之便有寒意 故古今傳誦不絶- 現代 劉永濟 唐人絶句精華

차시독지편유한의 고고금전송불절 - 현대 류영제 당인절구정화

 

이 시를 읽으면 문득 한의가 느껴지는데, 이 때문에 고금에 끊이지 않고 전송된다.

 

作意 此詩詠江鄕雪景 作法 首二句誰是詠山及原野 但爲什么會絶會滅其中就暗藏 一雪字雪大了 所以鳥飛絶 人踪滅 此二句是故作奇險語 讀了之後 似平覺得詠雪景已 完全無遺下文已無話可說 不料他竟能別開境界 在從江面上說法 用孤舟獨釣 來點綴雪景 天然的景物 一經湊合 便成一幅極妙的雪景圖 衡塘退士評此詩 二十字可作二十層 却是一片 故奇- 現代 兪守眞 唐詩三百首詳析

작의 차시영강향설경 작법 수이구수시영산급원야 단위십요회절회멸기중취암장 일설자설대료 소이조비절 인종멸 此二句是故作奇險語 독료지후 사평각득영설경이 완전무유하문이무화가설 불료타경능별개경계 재종강면상설법 용고주독조 래점철설경 천연적경물 일경주합 편성일폭극묘적설경도 형당퇴사평차시 이십자가작이십층 각시일편 고기 - 현대 유수진 당시삼백수상석

 

作意 : 이 시는 강촌의 절경을 읊은 것이다.

作法 : 앞의 두 구는 비록 산과 들을 노래하였지만, 왜 끊기고 사라졌다고 하였을까? 그 가운데에 자 한 자를 숨겨 놓은 것이니, 눈이 많이 내리면 새가 날아가는 것도 끊기고 사람의 자취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두 구는 일부러 奇險한 말을 써서, 읽은 후에 설경을 노래한 것이 완전무결하여 다음 구절에서 할 말이 없다고 느끼게끔 한다. 그런데 의외로 그가 마침내 새로운 경계를 열어서 다시 강 위에서부터 시법을 펼쳐 孤舟獨釣를 써서 설경을 엮었으니, 천연의 경물이 하나로 모여 한 폭의 지극히 묘한 설경도를 이루었다. 형당퇴사(孫洙)가 이 시를 평하면서 20자가 20층을 만들면서도 저절로 한 편이 되었기 때문에 기이하다고 하였다.

 

[參考資料]

李穀(이곡) <題江天暮雪圖>(稼亭集)193 · 4어느 때나 외로운 배에 이 몸을 싣고 가서, 강천의 저녁 눈발 속에 혼자 낚시해볼거나. [何時着我孤舟去 獨釣江天暮雪]”는 이 시의 34구를 차용한 것이다.

李穡(이색) <驢江四絶 有懷漁父金敬之> (牧隱詩藁9)1· 2텅 빈 강 외로운 배에 도롱이 삿갓을 쓰고, 쓸쓸한 저녁 눈 속에 홀로 낚시질을 하노니.[孤舟簑笠碧江空 獨釣蕭蕭暮雪中]”는 이 시의 3구 및 4구를 차용한 것이다.

이색(李穡) < 同花山君詣公偕行 遇崔判事元濡餞水原府使李契長舒元 朴政堂來會> (牧隱詩藁33)5새의 날갯짓 끊어진 누 덮인 산속에서[鳥絶千山雪]”는 이 시의 1구를 차용한 것이다.

 

평소 같으면 산이란 산에는 모두 새들이 날고 있을 터였다. 그리고 세상의 길이란 길에는 모두 사람들이 왕래할 터였다. 그러나 이러한 평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산에는 새가 날지 않고 길에는 사람의 발자취조차도 사라졌다. 이처럼 전혀 다른 세상이 된 것은 바로 눈()때문이다. 언제 어디에 얼마만큼 눈이 왔는지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눈이 왔다는 사실이다. 세상을 바꿀 만큼 말이다.

시인이 무슨 연유로 강() 가운데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지도 알 필요가 없다. 시인은 자신의 문제를 풀기 위해 거기에 있는 게 아니었다. 심지어는 자신을 잊기 위해서도 거기에 있지는 않았다. 눈 내린 뒤 세상의 달라진 모습을 전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거기에 있을 뿐이었다. 원래 강()은 고깃배의 왕래가 빈번한 곳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배 한 척이 달랑 있을 뿐이라서, 시인은 이것을 외로운 배(孤舟)라 한 것이다. 이 또한 눈 내린 뒤에 바뀐 장면의 하나이지만, 본디는 이 배마저도 없어야 더 극적인 변화의 취지에 맞을지도 모른다. 관찰자의 존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그것의 존재감을 최소화한 표현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그 배에 앉아 있는 사람은 어떠한 인위적 꾸밈이나 욕망과 거리가 먼, 차라리 자연의 일부라고 보아야 할 상태로 묘사되고 있다.

사립(蓑笠)은 띠나 짚, 대나무로 엮어 만든 우장(雨裝)으로 그 자체가 자연의 일부이다. 그리고 사람도 젊은 사람이 아니고 늙은 사람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그렇게 해야 자연에 더 가까워 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립을 쓴 노인은 인간적 측면이 아닌, 자연의 일부로 묘사된 것이다. 다시 말해 시 속의 인물은 사람이 아니라 눈 내린 세상의 한 풍경이다. 이 인물의 행위 또한 전혀 작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다. 홀로 낚시를 하는 모습에서 세속의 욕망이나 번다함을 찾을 수 없다.

간밤에 내린 눈으로 세상은 단박에 다른 세상이 되었다. 인간이 아등바등 매달리던 일들이 얼마나 하찮은 것이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눈 세상에서 느끼는 세속으로부터의 격리감은 고독감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불안과 서글픔 대신 평안과 환희가 그 느낌의 본질이 아니던가?

이 시를 읽으면 쪽배에 도롱이 입고 삿갓 쓴 늙은이가 눈 내리는 가운데 낚시질하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을 펼쳐 놓은 듯 떠오른다. ‘온 산(千山)’온 길(萬徑)’로 광활한 정경이 펼쳐지지만, 이 시어들은 외로운 배(孤舟)’홀로 낚시질한다(獨釣)’는 것과 대비되어 고독을 유발하며, ‘()’()’은 세상의 절대적 고요와 평화를 체감하게 한다. 전반부가 정적으로 초연하고 고고한 경지를 느끼게 해주었다면, 후반부는 눈과 노인을 등장시켜 동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노인의 주변은 눈으로 뒤덮였고, 산도 길도 새하얗다. ‘()’은 순결과 탈속한 경지를 암시하며, ‘차가운()’은 정치적 고뇌와 갈등을 거듭해 왔던 작자 내면의 고독을 의미한다.

한강설(寒江雪)’은 이 시의 화룡점정이다. 그리고 온갖 세상의 풍파를 겪어온 작자의 마음이 바로 독조(獨釣)’라는 시어에 오롯이 녹아 있다. 이는 유종원이 총명한 어린 시절을 거쳐 나이 서른에 감찰어사(監察御史)가 되었고, 정치 개혁에도 적극 가담하였다가 실패하여 영주사마(永州司馬)로 귀양 갔다가 다시 유주자사(柳州刺史)로 옮기는 등 부침이 심한 삶을 살았던 것과 관련된다.

치열한 삶을 보낸 회한이 이 시에 녹아들어 있는 듯하다. 낚시질하는 노인으로 표상되는 시인은 세상의 속됨을 벗어나 그저 늘 변함없는 자연과 동화되고자 한다. 담담하고 그윽하며 청아한 모습으로 말이다.(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참고 도서

唐詩三百首詳析<대만 : 中華書局 편집부, 1955>,

唐詩三百首<傳統文化硏究會 송재소외5인 역주, 2012>,

唐詩三百首<啓明大學 出版部 구섭우 편저, 安秉烈 譯,2005>,

唐詩選 <보고사 奇泰完 選譯 2008>,

唐詩三百首<동서문화사 林東錫, 孫洙編 釋註 2010>,

唐詩選<명문당, 金學主 역저, 2003>,

 

<2017. 02. 07. 孤松筆>